‘김밥 식중독 사태’, 당국 “조리 중 교차오염 원인 추정”

계란 껍데기의 살모넬라균, 올여름처럼 고온다습 환경서 잘 번식

달걀값 폭등으로 불법 유통 달걀·세척란 문제도

“달걀 만진 후 반드시 손 씻어야”

가정에서도 식재료 조리와 관리에 주의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혼자 살다 보니 김밥집에서 한끼를 자주 해결했는데 이번 식중독 사태 이후로는 가기가 꺼려져요.”(34· 장모 씨)

최근 발생한 ‘김밥집 집단 식중독 사고’로 소비자 사이에서는 ‘김밥 포비아(공포)’까지 일고 있다. 김밥집들의 매출 하락과 더불어 백화점에서도 식중독 특별 관리기간을 연장하거나 변질되기 쉬운 식품(시금치·김밥 등)의 판매 중단 등 식중독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주된 원인으로는 ‘달걀’이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당분간 ‘김밥집’의 발길을 끊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달걀의 유통 과정이나 조리 또는 보관법에 따라 가정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일파만파’ 식중독 사태, 김밥집만? “달걀 깬 후엔 반드시…
[123rf]

당국 “교차 오염 추정”, 올여름 기후· 불량 달걀·비세척란 문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사고의 일부 환자 가검물(병균검사를 위해 거두는 환자의 배설물 등)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재용 식품소비안전국장은 최근 열린 ‘식중독 예방을 위한 긴급 회의’에서 “식중독 사고는 조리 중 교차 오염이 식중독 발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즉 이번 사태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교차 오염(오염된 손으로 다른 식재료를 만지는 과정에서 식중독균이 퍼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살모넬라균은 대표 식중독균으로, 이 균에 오염된 달걀이나 고기를 먹게 되면 식중독 증세가 나타난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살모넬라균 식중독 환자 가운데 63%는 달걀 때문에 발생했다. 일상에서 자주 먹는 달걀의 사고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살모넬라균은 닭의 분변에 오염된 달걀 껍데기에서 흔히 검출된다. 즉 달걀을 깨트리거나 만진 손으로 다른 음식을 조리했을 때 칼·도마·식재료 등을 ‘교차 오염’시킬 수 있다.

‘일파만파’ 식중독 사태, 김밥집만? “달걀 깬 후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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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조리’방법뿐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도 원인이 나올 수 있다. 이른바 ‘불량 달걀’과 ‘비세척 달걀’의 문제다. 대부분의 달걀은 깨끗한 상태로 유통되지만 시중에 불법 유통되는 달걀도 있다. 최근 불법 유통으로 적발된 제품들은 식용으로 부적합한 ‘깨진 달걀’·생산 이력 ‘표시가 없는 달걀’ ·산란일 ‘허위 표시 달걀’ 등이다. 일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세척란’ 역시 일반 달걀처럼 살균소독수로 세척한 후 냉장 유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살모넬라균 검출 가능성도 커진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아직 없으며, 저렴하게 판매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기’상의 요인도 더해진다. 살모넬라균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가장 잘 번식한다. 특히 폭염과 장마가 길어진 올해는 달걀이 들어가는 식품에서 더 많이 검출될 수 있다. 즉 이번 여름은 고온·다습한 환경과 함께 달걀값 폭등으로 저렴한 불량 달걀이나 비세척란들이 더 많이 유통되면서 식중독 사고가 유독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파만파’ 식중독 사태, 김밥집만? “달걀 깬 후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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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깬 후 손 씻어야”…식중독 막는 가정 내 식재료 관리법

이러한 이유 때문에 김밥집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달걀의 조리와 보관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달걀 깨기, 생고기 썰기 등 식재료 취급 후에는 반드시 비누 등의 세정제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선 세균 감염이 걱정된다면 요리 전 달걀 껍데기를 씻는 것이 좋으며, 달걀을 만진 손은 반드시 씻어야 안전하다. 또한 달걀을 만진 손으로 다른 식재료를 다루지 말고, 구입한 달걀은 되도록 다른 식재료와 접촉해 보관하지 않는다.

‘일파만파’ 식중독 사태, 김밥집만? “달걀 깬 후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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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달걀 외에도 주방의 위생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식재료 취급 시’에는 ▷기구·용기는 세척하고 용도별로 구분하며 ▷김밥 재료는 냉장 상태를 유지한다 ▷날음식과 조리된 음식을 구분해 보관한다.

‘조리 시’에는 ▷김밥이나 나물무침, 샐러드 등 ‘더는 가열하지 않는’ 식품은 맨손으로 조리하지 않는다 ▷육류나 가금류, 달걀 등은 속까지 완전히 익도록 가열한다.(육류 중심 온도는 75도, 어패류는 85도로 최소 1분 이상)

요리가 완성된 ‘조리 후’에는 ▷덮개를 덮어 보관하며 상온에서 장시간 방치하지 않고 ▷가급적 2시간 이내로 먹는 것이 좋다.

‘일파만파’ 식중독 사태, 김밥집만? “달걀 깬 후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