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매매 비중 4년새 19.3%→26.7%

도봉구 매수 집중, 강남3구도 4채 중 1채

서울 실수요층은 집 찾아 경기권으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 60대 정모씨는 올해 초 보유 중이던 대구 아파트 2채를 처분하고 자금을 보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를 22억원에 매수했다. 정씨는 “지난해 상속을 받아 다주택자가 됐는데,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 정도는 서울에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남 집값이 워낙 뛰어 지금이 아니면 못 들어가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고 했다.

#. 울산 내 3주택을 보유 중인 40대 김모씨는 주택 일부를 처분해 마련한 돈으로 자녀 명의의 서울 빌라 매입을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니 지역 내에서만 머물러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방 아파트를 팔아 서울 아파트를 사기엔 자금 부담이 커 적당한 선의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증식에 서울 1채는 기본?…외지인 서울주택 매수비중 ‘최고’[부동산360]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서울 외 거주자의 서울 주택 매수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 빌라 등을 사들이는 ‘원정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것이다. 서울 집값 급등세 속에 ‘서울 집 한 채’를 끼지 않고는 자산 증식이 힘들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투자에 적극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건수 8만3857건 중 외지인의 거래는 26.7%인 2만2349건을 차지했다. 이는 증여·교환 등에 따른 각종 소유권 이전을 제외하고 매매거래만 집계한 수치이며, 외지인은 서울 외 거주자를 의미한다.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수비중은 2017년 19.3%에서 2018년 21.3%로 20%대로 올라섰다. 2019년 24.0%, 지난해 25.7%에 이어 올해 26%를 넘어섰다. 과거 집값이 급등했던 2006~2007년에도 각각 20.1%, 20.7%를 나타냈는데, 현재 이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서울 주택 중 아파트의 거래건수는 3만4045건이었고 외지인은 이 중 20.5%(6970건)를 차지해 전체 평균에는 못 미쳤다. 이는 서울 외 거주자가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 빌라 등을 골고루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올해 자치구별로는 도봉구(34.3%), 강서구(33.5%), 양천구(32.0%), 관악구(30.5%), 용산·중구(29.1%) 등의 순으로 외지인 매수비중이 높았다. 강남·서초·송파구의 비중도 각각 24.9%, 23.0%, 23.5%로 4채 중 1채를 외지인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 거주자 사이에선 경기권 주택 매수 열기가 뜨거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7월 경기의 주택 매매거래건수 17만7835건 중 서울 거주자의 매입건수는 17.7%인 3만1531건이었다. 서울 시민의 경기도 주택 매수비중은 2017년 9.0%에서 2018년 9.5%, 2019년 10.9%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비중은 지난해 11.2%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 외 거주자가 서울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배경에는 ‘서울 집값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 상황에 따라 집값이 출렁이는 지방에 비해 서울 주택은 안전자산이라는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지방 주요 도시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주택이 오히려 싸 보이는 착시현상도 나타났다”면서 “선호가 높은 강남 핵심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의 중저가 주택까지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 거주자의 ‘탈서울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의 매매·전세가격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 수준이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데다 교통·개발 호재 등이 있는 경기권으로 실수요층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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