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완화는 절대 없어” 정부 외골수 인식 드러내
삽도 못 뜬 외곽 신도시 사전청약 확대를 공급대책으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 규제 풀겠다…“또다른 풍선효과 조장?”
전문가들 “재고주택 거래 늘리고, 서울 내 재건축 활성화도 방법”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의왕·군포·안산지구에서 서울 출퇴근이 가능할까요? 서남권인 구로나 가산디지털단지 또는 4호선으로 한번에 간다는 전제하에 사당 정도까지는 다닐 수 있겠네요. 여기에 집 짓는다고 서울 살려는 사람이 많이 내려올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군포시 부곡동 소재 A공인 대표)
지난달 30일 정부는 총 14만 가구 규모의 3차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택지들의 입지는 기존 3기 신도시 6곳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586만㎡ 크기 신도시인 의왕·군포·안산은 서울시 경계에서 약 12㎞ 남쪽에 있다. 화성 진안신도시는 의왕·군포·안산보다 남쪽으로 더 외곽이다.
당시 현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조차 서울 주택수요를 흡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공급하고, 또 지금 당장의 주택 매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사전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방법도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이념적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플랜A’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플랜A란 서울 내의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신도시를 만들고 지리적 약점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을 놓아 해결하겠는 구상도 이미 ‘철길 따라 급등하는 집값’으로 부작용이 관측된 마당에 굳이 서울 아파트에만 성역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직주근접’이 가능한 서울 아파트의 공급인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조치를 완화해 재고주택 공급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동시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꾸준히 제안했다.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했다.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택 한 채를 팔 때 세금이 최고 77%까지 나오게 됐다.
하지만 과도한 세금 부담과 주택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오히려 증여를 택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거래가 새로 체결될 때마다 신고가를 쓰는 현상이 강남, 강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싼 빌라 등으로 매수세가 옮겨붙었다. 또, 마찬가지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이 ‘초고가 월세’로 세입자에게 전가되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런데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완화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완강히 밝혔다. 홍 부총리는 또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시)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대해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외골수 정책을 펴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완화한 것과 1주택자 양도세 완화안을 두고서도 여권 일각에선 ‘부자감세’라며 반발하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지지자들에게 정권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하는데다 선거까지 다가오고 있으니 맹목적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최근 정부는 플랜B 카드를 하나 더 제시했다.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상품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전용 50㎡ 이하로 제한돼 있던 도시형 생활주택의 면적 상한을 전용 60㎡로 늘리기로 했다. 방 개수도 기존 2개에서 4개까지 허용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용 120㎡까지 바닥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업계에선 당장의 도심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동시에 오피스텔 고분양가 논란과 투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고 전매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을 아직 못하고 있다는 한 40대 직장인은 “사회초년생 시절 내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전전했는데 이런 주거시설은 주차와 일조권, 보안이 아파트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면서 “실수요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쏙 빼놓은 채, 계속해서 구미에 당기지 않는 차선책들만 제시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