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부동산 전문가 30인 설문
“서울 집값 아직 꺾일 때 아냐”
‘연말 추가·내년 소폭 상승’ 다수 응답
매매거래량 감소 “추세전환 신호 아냐”
“내년 하락 가능성” 일부 의견도 제시
“전셋값, 갱신청구권 만료로 급등” 전망
10명 중 5명 대통령 누가되든 집값 상승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시적 조정인가 추세적 전환인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과 매매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시장 위축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주목된다. 헤럴드경제가 설문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 30명 중 대다수는 “아직 서울 아파트값이 꺾일 때가 아니다”라는 시각에 무게를 실었다. 내년의 상승 강도와 방향에 대해서만 일부 이견을 드러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내년까지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아울러 절반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 다수는 “집값, 당장 떨어질 때 아냐”= 21일 헤럴드경제가 부동산 업계 전문가 30명에게 향후 서울 아파트값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의 83.3%인 25명이 ‘올 연말까지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년 전망에 대해 25명 중 20명이 ‘소폭 상승’, 2명이 ‘본격 상승’, 3명이 ‘하락 반전’ 등으로 의견이 나뉘는 정도였다.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연말까지 추가 상승, 내년 소폭 상승’(66.7%·20명)과 관련해 여전히 집값을 자극할 만한 요인이 산적해 이 같이 전망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입주물량 감소, 단기 공급 확대 불투명, 전세난, 청약 대기수요, 대선·지방선거 이슈 등 하락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더 다양한 상황”이라며 “5~10%까지 더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전세불안과 공급부족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여전히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했고, 김효선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가격 상승의 핵심인 수급불균형과 매수심리에 큰 변화가 나타난 상황은 아니다”라고 봤다.
▶서울 거래절벽인데…하락전조으로 볼 수 있나= 최근 시장 위축은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대체적이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최근 매수수요는 여전하지만 단기 급등 피로감에 더해 연내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으로 넘어가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가능해지면 잠재돼 있던 주택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매수 대기수요가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매매거래량 감소를 추세 전환의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아직 신고기한이 남았으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날 기준으로 8월 4184건에서 지난달 2498건, 이달 496건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거래량 감소는 맞으나 시가총액, 즉 거래량뿐 아니라 실제 거래된 총량을 계산하면 4조원씩 꾸준히 서울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면서 “향후 민간분양이 막히면 재고주택으로 유동성이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재언 미래에셋증권 수석부동산자문위원은 “거래량 감소는 하락 전조 현상 중 하나이지만 최근에는 신고가 거래도 동반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경기 위축으로 대세하락 전환기(1991년·1998년·2008년)가 나타났는데, 현재 실물 경제는 여러 변수가 혼재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등 분명한 회복 국면”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서울 집값이 올 연말까지 소폭 상승하더라도 내년 하락 전환(10.0%·3명)하거나, 올 연말 하락 반전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6.7%·2명)는 전망이 나왔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추세 전환에 동의하며 5% 이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유가 상승, 금리 인상 등 외부 여건 악화 탓에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봤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7년에 걸친 상승장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인상 등 양적 완화 정책 축소에 따라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새 임대차법 2년, ‘전셋값 상승’ 불가피= 전문가들은 일제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올 연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전셋값 전망 역시 ‘소폭 상승’(53.3%), ‘본격적인 상승’(40.0%) 등 오른다는 시각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하락 반전(6.7%)할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에 그쳤다.
전셋값 상승 전망의 근거로는 ▷전세매물 부족 ▷신규 입주물량 감소 ▷청약 대기수요 ▷전세자금대출 규제 제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후 신규계약으로 전환하는 매물 등장 등이 거론됐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가을께는 전셋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내년에는 서울·경기 입주물량 부족이 가시화하는 해”라면서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끝난 매물이 풀리는 과정에서 시세를 반영할 여지도 커졌다”고 봤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 공급, 공공주도 주택 공급 사업 등은 단기간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전·월세 시장 수급 불균형과 전셋값 상승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각할 수 있다”면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에는 그간 이중가격을 형성했던 전셋값이 키 맞추기를 하며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 후…주택시장은 어디로= 내년 대통령 선거가 주택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의 절반(50.0%)은 ‘누가 당선되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집값을 잡으려면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집’이 대규모로 공급돼야 하는데 현실화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단기·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되지 않으면 가격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는 “매매·전세가격의 안정을 위한 공급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정책변수에 의해 단기적으로 집값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광역교통망이나 신도시, 노후 도심 고밀개발 등 지역 가치를 올릴 만한 개발 호재 중 다음 정부에서 취소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당선인에 따라 집값 영향이 클 것’(33.3%), ‘누가 당선되든 하락 반전이 불가피할 것’(13.3%) 등이 뒤를 이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냐, 더 센 규제냐에 따라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설문에 응해 주신분〈가나다순〉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병기 리얼투데이 팀장,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윤수 빌사남 대표, 김재언 미래에셋증권 수석부동산자문위원,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김효선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 박기정 가함 상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 이명수 리얼앤택스 대표,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