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공복합사업 반대 주민 목소리 커져
“정부가 사업 동의율 높이려 주민 현혹”
‘사업 동의’가 아니라 ‘설명회 동의서’라 포장
변함없는 정부, “공공 주택공급 속도 높이겠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3일 오후 서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하 도심복합사업)’ 지구 중 한 곳인 ‘가산디지털역’ 대상지 개발 반대 모임 주민들은 금천구청 앞에서 도심복합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6월 초부터 주 3~5회 가산디지털역과 금천구청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허위 주민동의율 집계로 개발을 밀어 붙여 재산권을 빼앗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가산디지털역 개발반대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정부가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접수하고 있는데, 동의율이 높아지지 않자 ‘찬성’, ‘반대’를 묻는 동의서가 아니라 ‘사업설명’을 듣기 위한 동의서라고 오해하게 해 접수하고 있다.
가산디지털역 개발반대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정부를 대행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H가 우리 지역의 주민 동의율이 30%를 넘은 후 한 달 이상 진척이 없자, ‘사업 찬성이나 반대는 나중에 결정하고, 일단 사업 설명을 듣기 위한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식으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역은 대부분 단독주택 거주자들로 70대 이상 고령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며 “사업 설명을 듣기 위해 일단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주민들이 생기면서 동의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지역은 최근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후보지 141곳 중 40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공반연)이라는 조직을 결성해 지속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공반연 관계자는 “토지주에 대한 보상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자신의 땅을 가로채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측에서 주민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정되지 않는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도 쉽게 목격된다고 한다.
예컨대 3분의2이상 동의율을 확보했다는 서대문구 홍제동 고은산 서측 주민에 따르면 찬성을 주도하는 측에서 ‘6억원 이상 수익이 난다’는 말을 퍼뜨렸다. 저층주거지 수유12구역 토지주들 사이에선 SNS를 통해 “로얄층을 배정한다”든가, “전매제한이 없다”는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고령층 토지주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해야 한다는 식의 ‘협박성’ 동의서 받기 움직임도 있었다.
주민동의율이 70%를 넘어 정부가 곧 본지구로 지정할 예정인 ‘증산4구역’의 개발 반대파들도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들은 토지 크기로 따지면 찬성과 반대가 비슷한데, 33㎡ 빌라 소유자와 330㎡ 단독주택 토지주 모두 각각 똑같은 한 표로 계산하니 동의율이 높은 것처럼 나타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2·4대책 관련 공공주도 주택공급 확대 계획을 더욱 강력히 밀어 붙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주택공급은 기존 발표한 대책대로 공급 속도를 최대한 높여 나간다”며 “서울 증산4구역 등 9곳의 도심복합사업 예정지구는 연내 본지구 지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그 후속단계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엔 “기존 발표한 대책의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해당지역 반대파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나중에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각종 편법이 목격되지만 일단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