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청약가점 단숨에 올리는 방법으로 주목
서울·수도권 4인가족 만점 돼야 청약당첨 안정권
단, 부모님 통장 2000년 이전 가입분이어야…
증여받는 사람이 세대주로, 부모님이 세대원으로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 모(29)씨는 최근 아버지 명의의 청약통장을 증여받기로 계획을 세웠다. 청약 가점을 단숨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청약통장은 가입기간을 빼면 가점이 전무한 상황이라 없애도 상관이 없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마련할 엄두가 안나는 수준이 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청약이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일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맷값은 12억4978만원으로 조사됐다. 4년 반 전에는 6억708만원이었으나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나마 청약 당첨시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수가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60점 이상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청약 접수를 진행한 서울 성북구 ‘해링턴플레이스 안암’의 84㎡(전용)의 당첨자 최저가점은 4인 가족 기준 만점인 69점이었다. 69점은 4인 가족(20점) 기준으로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32점)을 유지하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17점)이 돼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 때문에 김 씨 사례처럼 부모님의 청약통장을 증여받으려는 MZ세대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할 점은 부모님의 청약통장이 2000년 3월 26일 이전에 가입됐는지 여부다. 만약 이후에 가입됐다면 증여를 받을 수가 없다. 실제로 1~2년 차이로 늦게 가입돼 증여를 계획했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 밖에도 몇가지 조건이 있다. 증여받기로 한 사람은 보유한 청약통장이 없어야 한다. 또, 증여받기로 한 사람이 세대주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만약 아버지가 딸에게 통장을 증여한다면 아버지는 세대원이고 동일 세대 내에서 딸이 세대주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런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만 아버지가 쌓아온 가입기간과 부양가족 가점 등을 딸이 넘겨받아 가점제 청약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일찌감치 아파트가 아닌, 보다 저렴한 오피스텔과 빌라 매수에 나서는 사회초년생들도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선 아파트가 가장 선호되는 주거형태인데다, 투자관점에서도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어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는 분위기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 환경에서 자라온 MZ세대에게 ‘집은 곧 아파트’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MZ세대는 아파트 키즈, 콘크리트 키즈로,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부모 세대와 기호가 다르다”면서 “특히나 안전, 쾌적성을 중시하는 만큼 쉽게 아파트 단지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