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전세계 선박 수주 1위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 한국

LNG선 시장 견제에 경쟁력 약화 우려

현대重 합병무산으로 K조선 1위길 멀어졌다? [비즈360]
현대삼호중공업이 20년 9월 싱가포르 EPS사에 인도한 LNG 추진 대형컨테이너선.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하면서 ‘K-조선’ 산업구조 재편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 조선사간 ‘제 살 깎아내기’식 경쟁을 피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업계가 세계 조선시장 발주량 1위를 차지한 가운데 K-조선 수주 1위 탈환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문을 통해 “이번 합병이 통과될 경우 대형 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발생시켰을 것이고 유럽 고객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좁히는 한편 단가 상승과 혁신의 감소를 유발했을 것”이라며 “양사는 이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할 만한 공식적인 구제책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합병은 승인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EU 경쟁당국의 LNG선 독과점 우려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단순히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산업 특성 상 개별 입찰 승패에 따라 점유율이 크게 바뀌어 경쟁자가 존재한다면 독과점 우려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LNG선 시장에는 국내 조선3사 외에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가와사키, 러시아 즈베즈다 등 복수의 경쟁자들도 있다.

또한 LNG선을 건조하려면 기술 이전을받아야 하는 핵심 기술인 LNG화물창 기술의 경우, 프랑스 GTT사와 노르웨이 모스 마리타임(MOSS Maritime)사 등 EU 기업들이 독점권을 갖고 있다. 이외에 LNG선 화물창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소가 전세계적으로 30개사 이상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시장 독과점 역시 글로벌 선박 시장 재편에 따라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전세계 수주 1위를 차지한 중국에 대응해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세계 발주 물량 중 2286만CGT(표준환산톤수)를 수주해 49%를 차지하며 1위가 됐다. 반면 한국은 1744만CGT를 수주해 37%로 2위다.

대신 한국은 지난해 발주된 LNG운반선 78척 중 68척(87%),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컨테이너선 194척 중 95척(49%)를 수주하며 ‘양보다 질’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무산되면서 K-조선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EU 경쟁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만큼 사실상 국내 조선사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되는 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기업결합의 최우선 과제는 국내 조선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였다”며 “당장 지금과 같은 조선 호황기에는 괜찮지만 시장이 꺾이면 국내 조선 3사가 과잉경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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