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줍줍’까지 진행하는 단지 발생
메이저 시공사 아파트도 미계약 속출
업계 “일자리 부족 등 근본 한계 드러난 것”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송도 사는 사람은 인천 산다고 말 안해요. 송도 산다고 말하지.”
인천광역시 안에 있지만 별개의 지역처럼 여겨지던 송도에서조차 연일 아파트 청약 미계약 소식과 한 자릿수로 급락한 경쟁률이 언급되고 있다. 새해들어 강화된 DSR(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는 14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 주상복합아파트 96가구 중 33가구 무순위청약으로 풀린다. 이번이 4차 무순위청약으로 지난달 18일 3차에서 총 85명이 청약을 신청했지만 전원이 미계약해 다시 진행하는 것이다. 33가구 모두 84㎡타입으로 분양가는 8억5000만원대다. 지난해 10월 처음 분양했을 때는 39가구 모집에 2070명이 몰리면서 평균경쟁률 53대 1을 기록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n차 줍줍’을 진행하는 단지가 됐다.
인천 송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 대로 떨어지는 이변도 나타났다. ‘송도 럭스오션SK뷰’는 절반이 넘는 주택타입이 1순위 마감을 못하고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전용)는 테라스형을 제외한 6개 주택형 전체가 1순위 청약을 마감하지 못했고, 2순위에서도 평균 경쟁률이 2대 1에 못 미치며 마감했다. 양일간 진행한 청약에선 총 1114가구 모집에 통장 6353건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송도 자이더스타는 당첨자의 35% 수준인 약 530가구가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당첨후 포기시 10년 동안 청약 기회가 제한되기에 대거 미계약사태는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했으나 결국 84가구가 남아 지난 3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일명 ‘줍줍’에 765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9.1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모두 계약이 성사될 지는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송도 아파트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분양가를 꼽는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안 됐기 때문이다. 주변 구축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서 가격 메리트가 크게 없다는 점도 언급된다.
여기에 잔금 대출 시에도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DSR(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기에 현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는 무턱대고 청약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의 강남으로 일컬어지던 송도가 대출규제 등으로 돈줄을 묶자 곧장 타격을 받은데는 집값을 밑에서 받쳐주는 중요한 요인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바다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청약하기에는 서울과 너무 멀고 일자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