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중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단어는 단연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꼽을 수 있다.
‘공동부유’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다 같이 잘살자는 뜻이다. 1955년 마오쩌둥의 ‘농업합작문제(농촌 사유제의 공유제 전환)’보고에서 최초 언급됐고, 이후의 지도자들도 이를 핵심 과제로 추진했다. 시진핑 주석도 집권 후 수십차례 ‘공동부유’를 언급했으며 작년 6월 저장성을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하고, 8월 제10회 중앙재경회의에서 이를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선전을 시작으로 개혁개방과 선부론을 통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나 그 과정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다. 따라서 공동부유 정책은 효율과 성장보단 공평한 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중소기업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코자 플랫폼기업에 대해 반독점과 갑질 규제를 강화했으며 그 과정에서 알리페이 운용사인 앤트그룹의 초대형 IPO는 무산되고, 텐센트는 초강력 게임 규제에 흔들렸다. 아울러 학생들의 공평한 출발선을 위해 사교육을 금지하고 교육기업을 비영리화했으며 학군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규제했다. 규제 3개월 만에 교육기업 40%가 폐업하며 시장은 초토화됐고, 부동산 최대 기업인 헝다는 디폴트위기에 처했다. 또한 플랫폼과 노동자의 공평한 이익분배를 위해 차량호출 및 배달 플랫폼에 대해 노동 권익과 수수료 상한을 규제했다. 메이퇀은 벌금과 규제로 주가가 폭락했고, 디디추싱은 데이터관리까지 문제가 되며 결국 뉴욕증시 상장폐지를 발표하며 굴복했다. 양극화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렇듯 지난해 굵직한 사건 뒤에는 ‘공동부유’라는 일관된 지향점이 존재한다. 공동부유 정책은 3단계로 실행되며 1단계가 시장효율에 따른 분배, 2단계가 정부 재정지출을 통한 분배이며 최근 이를 강화코자 부동산·상속·자본소득세 등 부유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최근 강조되는 3단계가 바로 기부를 통한 재분배다.
서구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민간 자선단체 혹은 종교단체가 기금을 운용하며 분배권을 행사하는 반면 중국은 분배권을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보고 당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의식의 발현이 작년 알리바바 18조원(1000억CNY), 텐센트 9조원(500억CNY) 외 많은 기업의 기부행렬이다. 기부금 분배는 ‘공동부유’를 위한 당의 의지가 실릴 것이다. ‘공동부유’의 목표는 럭비공 형태 사회 구축에 있다. 현재 중국 중산층은 40% 미만이므로 이를 통해 공산당의 정치적 안정과 정당성을 확보코자 한다. 아울러 중산층 확대를 통한 소비 진작과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 체질 개선까지 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수출지역 다변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중국은 작년 1분기 18.3%의 성장률이 4분기 4.0%까지 낮아지면서 하방 압력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장기 과제로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록 ‘공동부유’의 끝은 알 수 없으나 중국 기업의 리스크인 것은 명확하다. 역으로 이는 한국 기업의 기회일 수 있으며 관련 대응을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고성호 코트라 선전무역관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