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슈말 CTO “배터리 셀 기술의 리더가 되겠다”
자체 개발 배터리 그룹 전기차 모델 80%에 탑재 계획
테슬라 2030년 3TWh 구축·닛산 2028년 전고체 출시
배터리社 시장 지각변동 예의주시…기술 개발에 박차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우리는 배터리 셀 기술의 리더가 되기를 원합니다.”
토마스 슈말 폭스바겐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컨설팅 회사 ‘포르쉐 컨설팅’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엔진 제조에 중점을 둔 자동차 회사에서 고도로 자동화된 배터리 셀 자체 생산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 통합형 배터리 셀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형 구조의 통합형 배터리 셀을 그룹의 전기차 모델 80%에 장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등 배터리 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슈말 CTO는 “2025년까지 직원의 절반이 전기 모빌리티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전기 모델의 40%는 자체 생산으로 담당하고 있고, 미래에는 가장 중요한 배터리 셀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 비용의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 한국 등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런 시장 구도를 바꾸고자 노력 중이다. 자동차에 맞게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중심으로 차를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배터리 형식을 균일하게 한 통합 셀을 개발해 자체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슈말 CTO는 “연구소는 현재 초과 근무를 하며 원자 수준까지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며 “2025년 통합 최첨단 셀을 개발하게 되면 경쟁사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안전성이 대폭 강화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전해질을 기존의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것으로, 전기차 보급을 촉진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슈말 CTO는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해 도입한 최초의 자동차 업체는 경쟁에서 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며 “2025~2026년 첫 번째 시범 공장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전고체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와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 궈시안 등과도 협력 중이다. 최근에는 유미코어, 24M테크놀로지, 벌컨에너지 3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곳을 건설, 총 생산능력 240GWh를 갖춘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는 최대 400만 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이다.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는 곳은 갈수록 늘고 있다. 테슬라, 닛산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꾸준히 내재화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또 자체 생산으로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테슬라는 올해까지 100GWh, 2030년까지 3TWh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해 배터리 생산량과 효율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테슬라는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실라이온, 스프링파워 인터내셔널 등을 인수하며 기술력을 확보하기도 했다.
닛산은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출시에 이어 2028년 첫 정식 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닛산 종합연구소 내 전고체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 설비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완성차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개발·양산 부문에서 기술 격차가 크다는 판단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가 성공적으로 달성될 경우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요 및 단가 인하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를 통해 장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 고객사를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