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 글로벌 점유율 올해 66%로 증가할 듯
한국 파운드리 시장은 18%→17%로 하락 예상
대만 반도체 정책적 지원 등에 1인당 GDP 급격 상승
전문가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 지원 필요”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한국 반도체 산업에 또 다시 비보가 터졌다.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시장에서 절대 강자 대만 점유율이 상승하는 반면 한국은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가 경제 핵심 성장 동력인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6만전자(주가 6만원대의 삼성전자)’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주주들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단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2년 대만 파운드리 기업(TSMC, UMC, PSMC 등)의 시장 점유율이 6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점유율 64%보다 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글로벌 1위 기업 TSMC의 점유율은 2021년 53%에서 올해 56%로 3%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의 파운드리 기업(삼성전자, DB하이텍 등)은 점유율 측면에서 2021년 18%이었으나 2022년 17%로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18%에서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단순 수치 상 등락폭은 크지 않지만 추세로 봤을 때 대만과 한국의 정반대 결과가 예상돼 기세 싸움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2년 동안 전염병과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한 칩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며 “각국 정부는 물류난이나 국가간 선적 금지로 인한 칩 획득 차질 문제를 피하기 위해 칩 제조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 기업들은 전 세계 정부가 다양한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유치하고 싶어하는 (칩 제조) 파트너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한국이 대만에 밀릴 수 있다는 추정까지 나온 가운데 대만이 반도체 사업 경쟁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양국의 엇갈린 전망치가 더욱 결정적이란 해석이다. 양국 GDP가 역전될 경우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대만은 2019년 초부터 금융·세제·인력 지원 등을 제공하며 해외에 나간 대만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세계적인 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약 390억원을 투입해 대만 AI 연구개발센터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엔 대만대에 ‘중점 과학기술 연구학원’을 열었다. 반도체 인재 부족을 호소하는 업계의 요청을 반영해 이 대학원은 신입생을 1년에 한번이 아닌 6개월마다 한번씩 뽑기로 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자체가 척박하단 평가다. 대만은 글로벌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뿐 아니라 칩 설계에서도 경쟁력 높은 기업들을 다수 포진돼 있다. 현재 글로벌 10대 팹리스(반도체 설계만 하는 기업) 기업군에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하이맥스 등 대만기업은 4곳이나 속해있다. 한국 기업은 10대 기업 리스트에서 전무한 상태다. 최근 파운드리 신규 투자에서도 한국은 대만에 밀리고 있다. 2021년 이후 대만은 총 6곳의 신규 공장 착공을 진행, 가장 많은 팹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 전경련에 따르면 2014~2018년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SMIC 6.6%, 화홍 5%, 칭화유니그룹 4%)이었고, 미국 반도체 기업 역시 상당 수준의 정부 지원금(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은 각각 0.8%, 0.5%에 불과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당장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파운드리 등 주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