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만 동의하면 발의 가능한 의원입법

제동장치 없어 기업들 몸살 심각

입법자율성 훼손 논란도

학계, 사전규제심사평가 도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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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123RF]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회 입법은 제안 주체에 따라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으로 나뉜다. 정부입법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사전 규제영향분석을 의무 수행하도록 돼 있지만, 국회법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원입법의 경우 동료의원 10인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비용추계서만으로도 발의가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국회는 상임위원회를 가리지 않고 의원입법을 통해 다수의 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산자위와 환노위에서만 벌써 600개가 넘는 규제를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규제 난립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다음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새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 방침을 예고하고 있지만, 의원입법 발의기준 강화와 법의 질 제고에 대한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많은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의원입법에도 제동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일본의 경우 의원들은 실력이 없으면 법안을 만들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법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며 “공무원들도 정부입법으로 발의하는 것을 꺼려 의원입법으로 청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입법이 국회의원의 특권이란 생각을 벗어나 합리적인 필터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입법을 제한할 경우 독립기관으로서 개별 의원들의 입법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범 건국대 교수(행정학)는 “학계에서는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위험성 평가를 행정입법처럼 시행해야한다고 하는데, 국회의 민주성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의견도 한편에서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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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의원입법은 양적·질적 기준선이 없어 기업 혼선을 지나치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규제정책위원회도 지난 2017년 의원입법에 대해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거나 국회 내 규제품질관리를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회 스스로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지, 의원입법 제도 보완에 대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재작년 8월 의원입법 시 규제영향분석을 함께 제출하도록 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계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규제팀장은 “의원입법은 사전에 거르는 장치가 없다보니 당시 유행이나 이슈에 따라 여러 법안들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에 대한 규제영향심사를 생각해봐야 하고, 입법부 내에서 의원입법 심사기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1대 국회 회기 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해 총 212개(4월 현재)의 기업규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를 통해 탄생한 기업규제수는 480개다. 법안당 평균 2개 이상의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 전체 기간 중 산자위를 통해 제안된 기업규제 수만 679개다. 2020년 5월부터 시작된 21대 국회 회기가 반환점도 돌지 못한 상태지만 벌써 500개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이미 직전 국회의 70% 수준을 넘어섰다.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법안은 과학적·체계적 분석이 부족한 실정이고, 정밀한 내용으로 발의되지 못하다보니 법안 통과율도 저조하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의원입법 반영율은 각각 41.7%, 36.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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