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보합…13주간의 하락 끝
두 달 전보다 전세매물도 20% 가까이 감소
1분기 서울선 월셋집 찾은 세입자가 더 많아
“신규 입주물량도 적어…상승폭 확대 가능성”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해 7월 말 임대차3법 도입 2년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3주간의 하락세를 마무리하면서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재차 확산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만료된 매물이 시장이 풀리고 신규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전월세상한제로 억눌렸던 전셋값이 시세에 맞춰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올해 줄어든 신규 입주물량과 전세의 월세화도 전세시장에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을 기록하면서 올해 1월 31일(-0.02%)부터 13주간 이어진 하락세를 마무리했다.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를 보면, 이번 주 수치는 94.7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여전히 기준선(100)보다는 낮아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으나, 대선 이후 9주 연속 회복세가 이어진 것이다.
민간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부동산 R114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01% 올라 14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역별로는 동작(0.08%), 서초(0.05%), 노원(0.04%), 서대문(0.04%), 구로(0.03%)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축소되고 매물이 쌓이면서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금융기관의 전세자금대출 재개 이후 급전세들이 일부 소진된 데다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임대차3법 손질 등 새 정부의 정책 변화를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월세 물건을 일부 거둬들인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26건으로 두 달 전(3만2114건)보다 19.9% 감소했다. 전세 물량은 봄 이사철 이후 쌓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올해 7월 말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앞두고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대차3법은 2020년 7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으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고 집주인들이 전월세상한제를 염두에 두고 미리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는 부작용을 낳았다. 올해 7월에는 앞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매물들이 신규계약 물량으로 시장에 풀리는 과정에서 전셋값이 시세에 맞춰 또 한 번 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올해 적은 입주 물량과 기존 전세의 월세 전환도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서울의 민간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1만1272채로 지난해보다 34.4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전월세 거래량(신고일 기준) 22만4815건 중 월세 거래는 전체의 51.4%(11만5470건)을 차지했다. 서울에서 1분기 기준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10만9345건)보다 더 많은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전세시장은 그간 누적됐던 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 전환했다”면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를 앞두고 일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고, 전세로 풀릴 수 있는 신규 입주 물량마저 적어 수급불균형에 따른 상승폭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