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인 中, 시진핑 세계관에 본질 있어
신마오주의와 전통보수주의가 두 축 형성
개혁개방 부작용, 마오쩌둥 계승으로 해결
'대만수복'은 서태평양 진출· 제국부활 교두보
한국 ‘중국 문제’ 신냉전 관점·실리추구 해야
최근 대만 해협을 넘나들며 무력 시위를 벌이는 중국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대만 침공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반도체 대만 의존도가 70~90%에 달하는 미국은 반도체동맹과 안보동맹으로 중국을 압박,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제상황에 더해 한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대중적자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한령으로 한국 대중문화 규제와 한국 콘텐츠의 중국 불법 유통, 한복과 김치 등을 중국 것으로 우기는 동북 공정 등으로 반중 정서는 최고조다. 전방위적 차이나 리스크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사이드웨이)은 시진핑 집권 10년 동안 무엇이 중국을 바꿔놓았는지, 왜 패권적 제국의 길을 선택하고, 전 세계와 반목하며 부딪히는지 차이나 쇼크의 기원과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5년 동안 중국에서 공부하고 반도체 등 중국의 산업 현장에서 중국을 관찰한 저자는 중국의 산업 굴기, 첨단산업과 반도체 기술, 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대만 문제, 중국 내부에 잠복한 농촌, 인구, 부채, 정치 리스크 등 당면 현안들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명쾌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차이나 쇼크가 형성된 과정과 특수성에 주목한다. 올 가을 당 대회에서 3차 연임을 확정할 시진핑 1인 천하는 중국 정치 체제 및 경제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 배태됐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위협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시진핑의 두 개의 축을 지닌 세계관을 아는 게 중요하다. 신마오주의와 서구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전통보수주의다.시진핑은 마오쩌둥의 긍정적 유산을 계승하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역시 긍정한다. 마오쩌둥의 하방 정책의 희생자이면서도 옌안 량자허 오지마을에서 7년 동안 살았던 때를 인생의 근원적인 에너지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특히 시진핑의 ‘신마오주의’를 주목한다. 대약진운동에 따른 대기근과 문화대혁명으로 수 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오쩌둥의 비극적 유산을 이으려는 데는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돌리려는 계산이 자리한다. 시장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빈부격차 뿐 아니라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확산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권위주의적인 중국 공산당의 약화를 초래했다.
이런 터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이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진다. 2012년엔 보시라이 정변으로 덩샤오핑의 유산이랄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시진핑 1인체제가 탄생한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신마오주의와 그가 주창해온 ‘동승서강(東升西降’)이 합쳐진 것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세계 전략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특히 대만 문제는 그 중심에 있다. 중국에게 대만은 광활한 서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또한 대만수복은 19세기부터 시작된 서세동점 시대를 끝내고 과거 위대한 중화제국 시대의 부활을 알리는 역사적 과제로 인식된다.
그런데 왜 중국은 세계인들에게 ‘반중은 시대정신’이라 여겨질 정도로 쫒기듯 폭압적으로 중국몽을 추진하고 있는 걸까?
더 이상 ‘도광양회’는 없다며, 실력행사를 통해 패권도전에 나선 배경에 중국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불안감과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다고 저자는 본다.
무엇보다 6억 명에 달하는 농민의 빈곤·양극화는 시급한 사안이다. ‘중국판 카스트 제도’로 불리는 후커우(호적) 제도의 폐해도 심각하다. 농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나오는 데 실패할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에 더해 인구 문제는 중국의 청사진을 뒤흔들고 있다. 2021년 기점으로 이미 미국보다 더 늙은 국가가 됐고 총인구 감소세에 돌입했다.
부채와 반도체 산업의 취약도 리스크다. 최근 상하이시, 최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광둥성 선전시 등에서 공무원 임금 체불 사태가 벌어졌다. 저자는 상상을 뛰어넘는 국가 부채 규모 및 증가 속도는 관치금융 관행, 국영기업 특혜, 즉 국가 주도 경제의 폐해로 지적한다. 이런 구조를 바꾸는 시장 개혁 조치는 중국 공산당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손 놓고 있다. 탈출구로 삼은 반도체 굴기는 미국의 제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국가 부채와 반도체 기술 난맥은 중국 체제 우수성,‘중국 예외주의’의 허점을 드러내며 결국 시진핑을 향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정학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중국제국의 귀환’이라는 중국 리스크를 ‘신냉전시대’라는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보는 미국에’‘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전략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 자기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주변 강대국들의 엄포와 보복 행위에 냉철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신냉전과 고립주의에 따른 ‘미국 공백’을 메우는 한일간 전략적 파트너십도 필요하다. 국익에 기초한 실리추구의 대중 외교에 초당파적 컨센서스는 필수다.
책은 종래 미국 중심의 ‘중국 문제’의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핀 점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한청훤 지음/사이드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