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도 안 팔려’…노원·도봉구 등 낙폭 커져
1기신도시 재정비 지연 논란에 하락세 뚜렷
수도권 전셋값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낙폭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추가 금리 인상에 더해 집값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거래절벽이 장기화하고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소화되면서 낙폭이 매주 커지는 모습이다. 수도권 전셋값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20% 하락해, 전주(-0.18%)보다 내림폭을 확대했다. 이는 2012년 9월 10일 조사(-0.22%)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부동산원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움직임에 더해 집값이 더 내릴 수 있다는 우려로 매수심리가 얼어붙고 거래가뭄만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내린 급매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값은 0.13% 내려, 전주(-0.11%)보다 낙폭을 키웠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도봉구(-0.22→-0.27%)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으로 꼽혔고 노원구(-0.23→-0.25%), 서대문·은평구(-0.19→-0.23%), 성북구(0.21→0.21%), 종로구(-0.20→-0.21%), 강북구(-0.17→-0.2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강남3구와 용산구의 내림세도 계속됐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2주 연속 0.02% 하락했다. 강남구는 지난주 -0.04%에서 이번주 -0.06%로, 송파구는 -0.10%에서 -0.12%로 낙폭이 커졌다. 최근 개발 호재가 몰렸던 용산구도 0.04% 내리며 3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경기(-0.20→-0.21%)와 인천(-0.26→-0.29%)의 아파트값은 더 내렸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지연 논란 속에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분당구는 0.12%,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0.11% 하락했다.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 역시 0.17% 떨어졌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예상보다 늦은 2024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일대를 중심으로 실망 매물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입주물량 또는 매물 적체의 영향이 있는 경기 양주시(-0.38%)·화성시(-0.34%)·광명시(-0.33%)·수원시 영통구(-0.32%) 등과 인천 연수구(-0.37%)·서구(-0.31%) 등의 내림세도 두드러졌다.
지방 아파트값도 2주 연속 0.11% 하락했다. 세종(-0.37→-0.41%), 대구(-0.24→-0.26%), 대전(-0.22→-0.24%) 등지에서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 -0.14%에서 -0.15%로 낙폭을 확대했다.
부동산원이 아파트값을 공표하는 176개 시군구 중 전주 대비 상승지역은 21곳에서 16곳으로 줄었고, 보합지역(4→8곳)과 하락지역(151→152곳)만 늘었다.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를 지속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20% 내려 전주(-0.18%)보다 낙폭이 0.02%포인트 더 커졌다.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서울(-0.06→-0.09%)과 경기(-0.21→-0.22%), 인천(-0.30→-0.34%), 지방(-0.09→-0.10%) 등이 일제히 내림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3%에서 이번주 -0.15%로 더 떨어졌다.
부동산원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반전세·월세 전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갱신거래 위주로 거래되면서 신규 전세 수요가 줄고 매물 가격은 하향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