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사무소 매매 게시판에

“양도하겠다” 하루에만 170건 쏟아져

중개사무소 폐업도 월 1000건 수준

“집은커녕 내놓은 사무실도 안 팔려요”…중개사무소 양도 매물 하루에만 170건↑ [부동산360]
서울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아예 없어요. 파리가 날린다는 말이 딱 맞죠. 지난달엔 매매거래를 한 건도 못 했어요. 사무실 임대료에 인건비, 광고비까지 돈은 계속 나가는데 들어오는 돈은 없고 물가까지 오르니 솔직히 힘드네요.” (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공인중개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문을 닫는 중개사무소가 속출했고 사무실을 내놓는 중개인도 급증하고 있다.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서 중개수요가 급감한 여파로 풀이된다. 그나마 전월세 거래량이 받쳐주고 있지만 최근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는 직거래가 늘어난 데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중개업계에 드리운 그림자가 걷히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전날 협회 홈페이지 직거래 게시판에는 하루 총 170건의 중개사무소 매매(양도) 물건이 올라왔다. 지난해의 경우 사무실 양도 관련 게시글이 월 10~20건에 불과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여러 차례 올라온 물건이지만 회원별로 하루 1건의 매물만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개사무소 매물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중개사들은 통상 개인사정 등으로 사무소 자리를 내놓았다며 현재 성업 중이라고 광고하지만 최근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에서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935곳으로 파악됐다. 휴업을 선언한 곳도 78곳이었다. 전달인 6월 1148개소가 폐업한 데 비해서는 소폭 줄었으나 5월(727건)보다는 28.6% 늘어난 수치다.

반면 전국 중개사무소 개업 수는 지난 7월 1074건으로 6월(1249건)보다 14.0% 감소하며 올해 월별 기준 최저치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눈에 띄는 점은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웃도는 지역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북부),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북, 경남, 세종 등 8곳에서 문을 닫은 중개사무소 수가 새로 개업한 중개사무소 수보다 많았다. 올해 5월까지는 폐업이 개업보다 많은 지역이 한 군데도 없었으나 6월부터 폐업이 많은 지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부동산 거래 급감이 지금에서야 폐업이나 휴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중개사분들이 당장 이번달 어렵다고 폐업하진 않는다. 직원을 줄이거나 필요비용을 감축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실천하며 참고 견디다가 더 이상 못 버틸 때 폐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와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경기 침체 우려에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 전환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시장에선 거래 침체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만597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줄었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201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매수세까지 자취를 감췄다.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거래가 끊기면서 중개사무소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어려워도 전망이 괜찮다면 폐업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일선 중개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얼마간이 될지 모르지만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집은커녕 내놓은 사무실도 안 팔려요”…중개사무소 양도 매물 하루에만 170건↑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