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강원 속초 가리지 않고 매물 쏟아져

업계, “아파트도 안 팔리는데, 매수자 찾기 힘들듯”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명동에서 분양가 3억9000여만원 생활형숙박시설 분양권 무피로 전매합니다.” vs. “무피는 됐고, 마피로 떨어지면 파세요.”

무피(無P)란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분양권 가격 그대로를, 마피(마이너스 P)란 분양가보다도 싼 가격의 분양가를 의미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상승기 때 규제를 피한 투자상품으로 각광 받았던 생활형숙박시설의 위상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24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뿐만 아니라 강원도 속초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생활형숙박시설의 투자자들이 분양가 대비 1000만원씩 싸게 매도하겠다고 내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명 ‘마피’ 매물이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속초 청초호 앞에 있는 생활형숙박시설이 전용 7평(분양가 2억여원) 기준 1억9000만여원에 매물로 나와있다”며 “최초 투자자가 계약금 2000여만원만 내고 중도금은 1회차도 내지 않은 상태로 전매하겠다고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종부세, 양도세 중과 대상이 아니다.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분양 시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따라서 지난해 주택시장 활황기 때의 생활형숙박시설은 최고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다만, 생활형숙박시설은 언뜻 오피스텔과 비슷하지만 숙박업 시설이므로 주택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고,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아파트가 10년여 만에 매맷값과 전셋값이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등, 거래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한국은행 역시 추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숙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계약금 정도만 갖고 있던 사람들이다. 대출 70% 나오는 것 믿고 분양 받았는데 1년 사이 대출금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치솟으니 수익률이 안나와 너도나도 던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들어가서 살 수 있으면 안고 가겠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게 불법이라 전입도 불가하다”며 “싸게 판다고 해도 수도권 아파트마저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이라 생숙과 같은 대체재를 받아줄 수요는 더욱 적기에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