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팔려’ 새 아파트 당첨취소 위기

발등에 불 떨어진 1주택 처분 서약자

“일부 사례 위한 정책적 변경 어려워”

교환거래나 세대원 증여로 회피 안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반년째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당첨된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경기 양주)이 최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는데 1주택 처분 의무를 지켜야 하나요?”

“입주 다가오는데 집이 안팔려요”…애타는 1주택 청약 당첨자[부동산360]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이 심화되면서 기존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분양을 받은 이들이 분양 자격 취소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앞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로 하고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들 사이에서 이 같은 질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거래절벽 속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당첨 취소’ 위기에 내몰리자 이달 26일부터 일부 지역에 적용된 ‘규제지역 해제’에 기대를 걸어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지역 변경은 1주택 처분 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다 정부는 처분기한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시장 내 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헤럴드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확보한 청약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존주택 처분 서약을 한 뒤 아파트에 당첨된 인원은 총 2만183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20년에 처분 서약을 한 뒤 당첨된 9411명은 입주시기가 임박한 만큼 반드시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당첨 취소 위기를 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 청약제도는 투기과열지구·청약과열지역(조정대상지역)·수도권 및 광역시에서 나오는 일부 물량에 추첨제를 적용한다. 전용면적 85㎡ 초과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는 물량의 50%, 청약과열지구는 70% 등이다.

이 중 25%에 대해서는 기존 1주택자도 새 아파트에 당첨될 길을 열어놨다. 대신 1주택자는 공급받은 주택의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소유 주택의 소유권 처분을 완료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건설사는 당첨자가 처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으며,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공급계약을 취소하고 입주금도 반환한다.

이런 가운데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기한 내 기존 집 처분이 어려워진 당첨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선 최근 조정대상지역 해제(안성·평택·동두천·양주·파주 등)와 함께 주택 처분 의무도 사라지는 것인지 묻는 당첨자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경기권에서만 1주택 처분 서약 후 당첨된 이들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9226명에 달하는 만큼 ‘규제지역 해제’와의 관련성을 따져보기 시작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련 부서에는 아예 처분기한을 2년으로 조정해 당첨 취소를 막아달라는 민원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토부는 입주자모집공고 당시를 기준으로 서약했기에 반드시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주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처분 기간도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첨자 대다수가 처분 의무를 이행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일부 특수 사례를 위한 정책 변경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첨 이후 매매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 데다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나눠 가진 만큼 기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당첨 취소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교환거래’, ‘세대원 증여’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국토부는 이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환거래를 기존 주택 처분으로 인정해달라는 건 당초 공급규칙의 의도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기존 주택 처분은 1주택을 해소해 무주택세대 구성원이 된다는 것을 전제하므로 기존 주택을 입주자모집공고일 당시 세대원에게 매매·증여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주 다가오는데 집이 안팔려요”…애타는 1주택 청약 당첨자[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