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개월간 한 주도 빠짐없이 하락세
올해 전국 시도 중 하락률 1위 기록 중
고점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사례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세종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최고가보다 2억~3억원씩 내린 매매거래는 기본, 고점의 절반 가격에 성사된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세종 집값은 2020년만 하더라도 천도론에 입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지만, 지난해 7월부터 하락 전환하고 올 들어선 낙폭을 더 키우는 등 침체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이뤄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해제도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진 못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26일 조사(-0.09%)부터 1년 3개월간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은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9.40% 떨어져 전국 17개 시·도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전국 시·군·구 중에서는 대구 달서구(-9.50%)에 이어 낙폭이 가장 컸다.
세종은 지난 2020년 아파트값이 42.37%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이다. 당시 상승률 2위였던 대전 유성구(22.58%)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상승세을 자랑했다.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속도를 내자 몰려든 수요로 아파트값도 급등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줄어들고 급등 피로감, 추가 공급 계획 등이 더해지면서 집값 오름폭이 둔화한 뒤 이듬해 중순에는 하락 전환했다. 올 들어선 잇단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속에 ‘급급매’만 소화되면서 낙폭은 더 커지고 있다. 세종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월간 통계 기준으로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0.60→-0.81→-0.76→-1.26→-1.66%) 하락폭을 확대했다.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수억원씩 내리면서 사실상 ‘반토막’이 된 단지들도 속속 포착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평동 ‘해들마을6단지’ 99.18㎡, 99.07㎡(이하 전용면적, 각 5층·10층)은 이달 각각 7억5000만원, 7억6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같은 주택형에서 나온 최고가 14억원, 13억8500만원의 절반에 근접한 가격이다. 이들 사례는 특수 거래 등이 반영된 직거래가 아닌 모두 중개거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다정동 ‘가온마을4단지’ 84.99㎡(5층)도 이달 6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이 주택형은 2020년 11월만 하더라도 11억2000만원에 거래됐었다.
현재 주요 단지들의 59㎡가 통상 3억~4억원대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일명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 가 이 수준으로 내려앉은 사례도 보인다. 한솔동 ‘첫마을4단지’(84.7㎡·3층)가 4억4000만원에, 종촌동 ‘가재마을4단지’(84.99㎡·19층)가 4억9000만원에 최근 손바뀜했다.
종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종 내 일부 단지에서는 84㎡가 직거래로 4억원에 팔린 사례도 나와 주민들 사이에선 국평도 곧 3억원대로 내려앉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다”면서 “요즘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건 기본이지만 바닥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정부가 내달 부동산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세종이 해제 대상에 포함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다만, 서울 등 수도권 집값도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체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