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인자 자리를 확고히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하면 그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 리더십을 주제로 연 웨비나에서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북한 체제의 공고함을 지적하며 이 같이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혼란과 체제 붕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은 최소 2014년부터 실권을 행사한 동생이자 2인자”라면서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발생할 경우 현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볼 때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다만 김정은이 몇 년 뒤에 죽는다면 세 자녀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만약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진다면 쿠데타나 민중 봉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 승계의 실패가 그것을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역시 김여정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김정은의 대외활동에 자주 동행하는 둘째 딸 김주애는 아직 너무 어리다면서 “현재 승계 1순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반대파나 반대파 지도자가 있는 게 아니다. 김정은이 급사해도 질서 있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김여정은 여기에서 첫 번째 순위일 수 있으며 김정은이 죽는다고 해도 정책 변화의 신호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북한 발표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김정은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김정은이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상대”라고 강조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서 부인 리설주의 영부인 역할이 부각되고 외무상에 최선희가 임명된 데 이어 김주애까지 등장한 것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에서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가부장적인 남성이 지배하는 북한 정치 문화에서 여성은 김정은에게 덜 위협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장남이 아니라 가장 능력 있는 아들로 평가돼 후계자가 됐던 것처럼 만약 그녀가 가장 능력이 있는 자녀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나는 그녀가 적어도 후계 경쟁자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것을 두고 김정은에게 아들이 없거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혹은 아들보다 김주애가 낫기 때문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리용호 처형설 보도와 관련해서는 숙청도 김정은의 통치 방식 중 하나이며 김정은 체제가 공고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 사람들이 숙청됐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처형됐다는 보도가 있은 후에도 다시 등장한다”면서 “이는 김정은 권력이 북한에서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관리가 제거되는 것은 어떤 정책에 대한 불만족일 수도 있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빅터 차 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및 한국석좌는 “나는 김정은을 만난 적이 없지만 일부 미국 관리들은 그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나는 김정은의 건강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백두산에 갔는데 김정은은 버스를 오갈 때 걷기 힘든 것처럼 고생했다고 한다”면서 “그 후 김정은이 살을 뺀 것을 봤지만 이후 다시 살이 찐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