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 병역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래퍼 라비가 '진짜 사나이 300'에 출연한 장면 [MBC '진짜 사나이 300' 영상 갈무리]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들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몸을 떨고 있었고 팔다리가 뻣뻣했어요"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을 면탈받은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병역 브로커와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6명 중 4명은 병역 면탈자의 모친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법무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에 제출한 병역 브로커 A(38·구속기소) 씨 등의 공소장에는 병역 면탈자의 모친들이 병역 비리 과정에 적극 개입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들과 함께 병역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모친 B 씨는 뇌전증 진단으로 아들이 병역을 면제 혹은 감면받게 하고자 A 씨에게 930만원을 주고 적극 공모했다.

그는 2020년 11월23일 자정께 119로 전화를 걸어 "아들이 자는 모습이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정신을 잃고 몸을 떨고 있다"라며 구급차를 불러서는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간다. 병역 브로커가 알려준 시나리오 대로 뇌전증 연기를 한 것이다. A 씨는 응급실에 도착한 뒤에도 병역 브로커가 알려준대로 의사에게 아들의 증세를 거짓으로 말했다.

B 씨의 아들은 같은 해 12월 결국 병원에서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꾸준히 병원에 다니며 쌓은 진료 기록을 병무청에 제출해 지난해 1월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인 4급을 받았다.

다른 병역 면탈자의 어머니 3명도 아들의 뇌전증 증상을 허위 신고하거나 병역 브로커로부터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받아 아들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달 26일 기소됐다. 래퍼 라피 등의 병역 면탈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병역 브로커 구모 씨에 이어 재판에 넘겨진 두 번째 허위 뇌전증 병역 브로커다. 김 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병역의무자 15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이들로부터 건당 300만∼1억1000만원을 받는 등 총 2억661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