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 재일교포, 하나는 官 출신…금융지주사 이사회 ‘물갈이’ 되나 [머니뭐니]
4대 금융지주 본사.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대부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새로 짜일 이사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이 나서서 금융지주의 이사회를 강하게 비판한 만큼 향후 사외이사 구도도 상당 부분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63%가 연임·75%가 임기 만료 앞둬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4대 금융지주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3명 중 1회 이상 연임을 지낸 사외이사는 63%인 21명이다. 여기에 75%에 해당하는 28명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보통 2년이며 연임 시 1~2년씩 추가되는 구조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많은 사외이사가 연임을 포기하고 교체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감독 강화’를 꼽고 금융지주와 은행 이사회에 대한 적정성 검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사회가 법에 근거해 적절히 구성돼 있는지 살피고, 경영진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적정검사를 통해 소비자보호나 IT,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물갈이 이후 각 이사회의 다양성이 제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금융사별 이사회가 나타내고 있는 뚜렷한 색깔도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한금융은 재일교포가, 하나금융은 관 출신이, 그리고 우리금융은 증권·운용사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 있는 식이다. 친CEO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등용되며 나타난 결과다.

성과급 잔치 깨기 위해…은행 완전 경쟁 유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제공]

‘재일교포 40% 룰’ 신한…전·현직 증권·운용사 대표 모인 우리금융

신한은 재일교포, 하나는 官 출신…금융지주사 이사회 ‘물갈이’ 되나 [머니뭐니]

먼저 11명의 사외이사가 포함돼 있는 신한금융 이사회에는 재일교포 출신 사외이사가 4명이나 포함돼 있다. 일본 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있는 김조설 이사, 재일교포 기업가인 박안순 이사와 진현덕 이사 그리고 재일교포 변호사인 배훈 이사가 일본 계열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이는 이사회의 40%를 꼭 재일교포의 몫으로 삼는 암묵적인 규칙에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출자금을 기반으로 문을 연 만큼 여전히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분을 존중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한국은행·재정경제부 등 관(官) 출신들이 사외이사에 다수 포진하고 있다. 백태승 사외이사는 한국은행에 입행했다가 연세대 법무대학원장 겸 법과대학장을 지낸 인물이다. 양동훈 이사 역시 처음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선임연구원 등을 거쳤다. 김홍진 이사는 재경부 경제정책국 과장, 감사담당관,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행정실장 등을 역임한 경제 분야 전문가다. 외국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하나금융의 강한 의지가 이 같은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기업금융에 뿌리를 둔 우리금융은 운용사와 증권사의 전·현직 대표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우리금융 사외이사직을 2회 연임했으며,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와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는 올해부터 새로이 이사회에 참여했다. 민영화를 겪으며 ‘비은행 확충’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 우리금융이 각종 운용·증권사 대표로 이사회를 꾸려 인수·합병(M&A)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는 재무전문가, 회계전문가, 법조계 인물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선우석호 이사는 재무·리스크관리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교수이며, 최명희·권선주 이사는 각각 전직 외환은행 부행장과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오규택 이사는 한국채권연구원장을 지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 이사회가 이른바 ‘보여주기식’ 다양성을 갖출 것이 아니라 근로자나 소주주의 이사 추천 등을 통해 실효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익성이 강한 인사를 추천해도 CEO가 다 차단하고 자기 사람으로 임명하고 있다”며 “공익이사제, 근로자추천노동이사제 등으로 금융지주가 시야를 넓히고 이해관계자를 골고루 반영해야 사외이사제가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 재일교포, 하나는 官 출신…금융지주사 이사회 ‘물갈이’ 되나 [머니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