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지자체, 정비사업 첫 합동점검

멋대로 용역계약·업무상 횡령

총 108건 적발…수사의뢰도 19건

상·하반기 연 2회 정기 점검하기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 A조합은 재개발을 위한 정비기반시설공사와 내진설계 등 14건의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총회 사전 의결을 하지 않았다. 조합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모든 계약은 총회 사전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위반했다. 정부는 A조합 임원들을 상대로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의뢰를 요청했다.

#2. B조합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와 시공자 선정 총회 대행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조합설립 동의 등에 대한 업무는 등록된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만 수행해야 한다는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사법당국에 수사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방 4개 지방자치단체(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와 작년 11월 14일부터 12월 9일까지 지방 정비사업 조합 8곳에 대한 합동 점검을 한 결과, 총 108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는 이 중 19건은 ‘수사의뢰’, 14건은 ‘시정명령’, 75건은 ‘행정지도’ 조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6년부터 서울시와 매년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합동점검을 해 왔으나 지방 지자체와는 이번에 최초로 합동점검을 시행했다”면서 “현장점검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의 관련 법령 부합여부 검토, 사실관계 확인, 조합의 소명 등을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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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재개발 현장.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헤럴드DB]

가장 많은 ‘수사의뢰’ 대상 위반 건은 ‘조합 총회 사전의결 위반’이었다. 조합은 자금의 차입이나, 예산안,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등 중요사항에 대해 총회 사전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위반한 것이다.

예를들어 B조합은 사전 총회를 거치지 않고, 감정평가 법인을 선정하고, 사후 추인했다. C조합과 E조합은 자금 차입에 앞서 총회 의결을 하면서 차입규모 및 이자율을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의결했다. 정부는 이들 조합 임원을 상대로 수사의뢰를 요청했다.

미등록 정비업체와 시공자 선정 총회대행 용역 계약을 맺은 B조합도 수사의뢰를 받았다. 도정법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조합설립동의, 시행계획서의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등을 위한 업무를 위해 정비업체를 선정하려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한 업체와 해야 한다.

D조합 등은 정비사업 관련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로 수사의뢰 대상이 됐다. 조합은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주요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야 하지만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조합은 조합원이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의 열람·복사를 서면으로 요청하면 15일 이내에 응해야 하지만 역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지연한 사례가 여러 조합에서 발생해 수사의뢰 등 조치하기로 했다.

‘행정지도’ 명령을 받은 조합 중에는 시공사를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시공사와 체결한 도급계약서 비용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E조합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전자입찰 공고시 평가항목별 배점표를 공개하지 않고 누락했다. F조합은 시공자와 최초계약을 체결한 이후 100분의 10 이상 증액됐음에도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정부로부터 행정지도 명령이 내려졌다.

정부는 그밖에도 조합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사안에 대한 위반행위를 적발했다.

B조합은 정관에 매 회계연도 종료일 3개월 이내에 결산보고서를 대의원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를 지연해 행정지도 대상이 됐다. C조합은 당사자가 아닌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 비용을 조합비용으로 지출해, ‘업무상 횡령’ 수사의뢰를 받았다. F조합은 이사회, 총회 등 참석자에게 지급한 참석수당에 대해 사업소득 등으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아 행정지도 대상이 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상반기, 하반기 연 2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조합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합동점검 대상 8개 조합은 부산의 ‘괴정 5구역 재개발조합’·‘남천 2구역 재건축조합’, 대구의 ‘봉덕대덕지구 재개발 조합’, 대전의 ‘가오동 2구역 재건축 조합’·‘대흥2구역 재개발 조합’, 광주의 ‘계림1구역 재개발 조합’·‘운남구역 재개발 조합’·‘지산1구역 재개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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