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출당’ ‘수박색출’ 청원 봇물
이재명 “자제 요청”에도 꿋꿋
문자폭탄·전화폭탄 다시 빗발
골머리 앓는 비명…친명도 고민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오히려 더 강하게 색출해 달라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를 확인한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위력 행사가 점입가경이다. 앞서 지난 대통령선거 경선,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이 대표에 강한 지지세를 몰아주고 ‘문자 폭탄’ 등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를 서슴지 않았던 이들의 위세가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로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보다 못한 이 대표가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이 대표의 ‘함축된 메시지’로 해석하면서 공격을 거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개딸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더 색출하란 뜻”, “이 대표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다”, “이번에 수박을 다 깨야 한다”는 등의 격앙된 반응만 울려퍼지는 모양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에서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등을 지칭하는 개딸들의 은어다.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 비공식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을 통해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 문을 연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인 ‘국민응답센터’에 청원을 올리고 몰려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키우는 중이다.
2일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이낙연 전 대표의 ‘강제 출당’ 청원에는 권리당원 3만4500여명(오후 3시반 기준) 가량이 동의했다. 청원이 올라온지 사흘 만이다. 이곳에 올라오는 청원은 게시 후 30일 동안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당에서 답변을 내놓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원을 올린 사람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대장동 건을 최초로 터뜨려 놓고, 이재명 대표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미국으로 냅다 도망쳤다”면서 “그로 인해 대한민국아 검사독재국가가 됐고, 그 사람이 민주당을 검사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게 날을 세워 온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출당 및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시작된 해당 청원은 2일 현재 이미 6만2500여명이 동의했다.
이같은 출당 요구 외 ‘수박’ 색출도 청원의 주요 ‘아이템’이 되고 있다. ‘체포동의안 찬성 국회의원 명단 공개’에는 2만5000여명이, ‘국회의원의 모든 투표를 기명&전자투표로 진행’하자는 청원에는 5300여명이 동의했다. 또,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올 경우를 가정해 ‘표결 전면 거부’를 촉구하는 청원에는 1만9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를 두고 비명계에선 “분노한 마음에 이들이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청원시스템을 열 당시 ‘개딸 놀이터’가 될 것으로 우려하던 것이 현실화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SNS에는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자며 의원 40여 명의 이름과 지역구를 나열한 ‘살생부’도 나도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또 의원 개인 휴대폰과 국회 의원실을 향한 이른바 문자폭탄, 전화폭탄도 다시 거세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다짜고짜 전화해서 욕설부터 하고,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면서 “특히 여성 보좌진에게로 쏟아지는 욕설과 막말이 도를 넘고 있어 감정노동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친명(친이재명)계도 고민이 깊다. 문자 또는 전화 ‘폭탄’,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색출 작업이 계파 간 갈등의 골을 넓힌다는 지점에서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도 한 인터뷰에서 “선의의 피해자도 생기고 통합에 저해된다.(찬성 표결 의원을 찾아내려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