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일본의 국·공립대학에서 최근 5년 간 78명의 대학 교직원이 성희롱·성추행으로 징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심사나 취업 등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 2월 일본 국립대(86곳)와 공립대(99곳) 등 185곳을 조사한 결과, 2017~2021년 부교수·교수 등 78명이 성희롱·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가해자의 상당수는 40~50대 교수·부교수였고, 피해자의 80%는 학생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에 드러난 국공립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립대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교수들의 성희롱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교수가 학생의 논문심사·취업 등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때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예컨데, 2015년 9월 와세다(早稲田)대 대학원에 다니던 당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던 작가 후카자와 레나(深沢レナ·32)는 "지도 담당이던 문예평론가 겸 교수 A(71)씨가 빈번하게 식사 자리에 초대했고, 내키지 않았지만 지도교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식사자리에서 교수는 '여자로 대해 주겠다', '내 여자로 해주겠다'는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다고 했고, 내 몸을 만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후카자와는 불쾌했지만 석사 논문은 지도교수가 관여하기 때문에 요구를 거부하면 논문에 영향이 갈 것 같아 한동안 참았다고 했다.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2018년 3월 퇴학을 결심했고 대학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대학 측은 같은 해 7월 A교수의 성희롱 행위를 인정했지만, 징계 처분이 아닌 일반 해임으로 처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여전히 대학 측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희롱·성추행으로 징계받은 교수 78명 중 정직 처분은 36명이었고, 징계 해고는 4명에 불과했다.
후카자와는 2020년 '대학 내 괴롭힘을 간과하지 않는 모임'을 설립해 비슷한 피해자를 돕기 위해 문제 제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가해자나 대학 모두 변화가 없다고 보기때문이다.
요시타케 히로미치(吉武博通) 쓰쿠바(筑波)대 명예교수는 "대학 측이 세간의 평판에만 신경쓰고 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표를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져 "학생들이 안심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확보하고 조직을 건전화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은 징계 사항을 공표하는 걸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