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 탄소중립’ 달성 위해 블루카본 추진
사막화하는 바다 복원에 탄소 흡수원 활용
블루카본 국제 인증 노력…장기 R&D 협력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45 탄소중립’을 위해 바다숲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기차 전환, 수소 사업, 친환경 사업장 구축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탄소 감축 활동에 뛰어든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0일 ‘제 11회 바다식목일’을 맞아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바다숲 조성과 블루카본 추진을 위한 협력을 맺는다. 바다식목일은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다숲 조성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된 법적 기념일이다.
이들 3사는 단기적으로 바다숲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블루카본 국제 인증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전국 연안의 해조류 분포를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블루카본 방법론 개발 등 장기적인 연구개발(R&D)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이번 협력은 현대차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공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탄소 상쇄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바다숲 블루카본 추진 협업을 공단에 제안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논의와 실행 로드맵 구축 등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바다숲 복원에 예산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숲속 나무들이 탄소를 흡수하는 것처럼 갯벌이나 염습지의 퇴적물, 잘피와 같은 해초류도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는다. 하지만 과도한 연안개발, 해양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가 사막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복, 소라 같은 해양 생물의 서식처, 먹이원 역할을 하는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해양 생태계도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가 바다숲 복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현대차 공장 소재지인 울산시 관할 적합 해역으로 복원에 나설 숲도 검토 중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보전 차원에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현대차는 바다숲 블루카본 국제인증을 위한 학술 협력에도 나선다. 블루카본은 연안에서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숲이나 정글 등 육상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블루카본은 탄소 흡수 속도가 그린카본보다 약 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해초류, 염생식물인 맹그로브, 염습지, 갯벌 등이 대표적인 블루카본 자원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은 광활한 비식생(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 갯벌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갯벌은 (온실가스 배출·흡수량의 국제적 기준이 되는) 현행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지침에서 해양 부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하는 블루카본에 포함돼 있지 않다. 탄소흡수원으로 염습지, 맹그로브, 잘피림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갯벌 식생 복원사업을 신규로 시행, 국내 염습지 면적을 확대하는 동시에 비식생 갯벌 역시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인증받기 위한 공동연구,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구자료 축적이 필요한데 이번 현대차와의 협력을 토대로 이 같은 연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갯벌에 이은 새로운 블루카본 발굴과 탄소 흡수력 규명을 위한 연구개발(R&D)도 병행한다. 앞서 기아 역시 해양수산부와 블루카본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아는 유휴 갯벌에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복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해 정부와 업계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대차그룹은 이 밖에도 폐배터리 재활용, 친환경 소재 도입, 국내외 폐어망 재활용 등 여러 방면에서 탄소 감축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