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결정에도 당장 수요 위축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들어서 메모리 칩의 가격 하락세가 다소 둔화돼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일부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 2분기에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며 “D램과 낸드 플래시에 대한 감산이 수요 약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 D램 가격은 13~18%, 낸드플래시는 8~1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보다 더 높아진 메모리 칩 가격 하락 전망이다. 이전 관측에서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은 10~15%, 낸드는 5~10% 가량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칩 가격의 하락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로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나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의 높은 재고 물량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PC, 서버, 모바일 D램 등이 전체 D램 소비의 85% 이상을 차지하며 높은 재고 물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수요처에 사용되는 제품이 주로 DDR4나 LPDDR5이기 때문이다.
PC용 D램 시장은 메모리 칩 제조사들이 재고 축소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DDR4 물량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PC D램의 ASP는 올해 2분기에 15~2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D램은 서버 수요 약세로 인해 DDR4 재고 물량 해소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DDR4의 분기 가격 하락 관측 폭은 18~23%로 트렌드포스의 이전 관측보다 확대됐다. 올해 2분기 서버용 D램의 전체 가격 하락폭은 15~20%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모바일 D램은 스마트폰 브랜드사의 재고 조정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보다는 구매 수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올해 3분기와 2분기 수요 물량을 제시하며 칩 공급사들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의 하락 폭은 13~18%가 될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는 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등의 공급 과잉 상황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제품은 전체 낸드 소비량의 50% 이상을 차지해, 전반적인 제품 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업용 SSD의 경우 서버 관련 수요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해제에도 불구하고 주문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UFS 역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제조사들의 재고 물량 해소 의지가 더 강해, 가격 하락 폭이 2분기에 10~15%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3분기이나 메모리 시장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하반기 넘어서야 국내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만회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효과로 메모리 시황의 최악은 이미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며 “재고와 수요 우려는 여전하나,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공조 효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