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미 ‘인공지능(AI) 영상인식’ 분야 기술력 만큼은 자타 공인 글로벌 톱 티어(Top-tier)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만큼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불과 수년 후 AI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소 과하다 여겨질 정도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1위’ 특화 AI 기술 영역을 넓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입니다.”
남운성 씨유박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씨유박스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처럼 강조했다. AI 사업에 본격 뛰어든 지 5년 정도 됐지만, 벌써부터 시선은 글로벌 시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엔 분명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씨유박스는 지난 2020년 독자 개발한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얼굴인식벤더테스트(FRVT)에서 글로벌 24위를 기록했고, 이어 2021년에는 총 5개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남 대표는 씨유박스가 단순히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을 넘어 실질적 매출이 발생하는 비즈니스모델(BM)을 구축했다는 점을 회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대중에 가장 잘 알려진 씨유박스의 사업은 인천국제공항 자동출입국심사대다. 정부 4대 청사 등 국가 보안시설에 AI 얼굴 인식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도 씨유박스의 대표적인 기업·정부 간 거래(B2G) 사업이다.
지난 2021년부터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도 본격 나섰다. 지난해 민간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다양한 금융사 모바일 앱에 얼굴 인식 기반 본인인증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카드사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등에 활용되는 얼굴 인식 솔루션도 제공한다.
이는 구체적인 실적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남 대표는 “최근 수년간 연평균 30%대 매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2020년 101억원에서 2021년 123억원, 2022년 168억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씨유박스의 올해 매출 목표는 260억원이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발목을 잡았던 ‘적자’ 지속 문제도 해결할 복안이 있다는 것이 남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씨유박스는 지난해 기준 당기순손실 83억원을 기록한 데 앞서 2020년(-105억원), 2021년(-16억원) 등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3~4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씨유박스의 공모가는 희망가(1만7200~2만3200만원)를 밑돈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규모도 최대 348억원에서 22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여기에 코스닥 시장 상장 첫날엔 19일 시초가(1만5680원) 대비 11.22% 하락한 1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하기도 했다.
남 대표는 “AI·로봇랩 순수 연구 인력만 40여명을 운영하면서 임직원 수가 4년여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며 “AI 알고리즘 개발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도 100억원 규모로 투자하며 적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해 공모자금 역시 GPU 구매와 R&D 인력 확충에 쓰겠다는 것이 남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올해가 글로벌 시장 진출 원년인 만큼, 내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 속도라면 2024년 매출 목표 482억원은 현실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씨유박스의 첫 글로벌 시장 진출 무대는 동남아 시장이다. 올해 하반기 중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마트패스(ONE-ID)’ 시스템을 공급한다. 남 대표는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그랩’에서도 협력을 제의하는 등 해외 기업들이 먼저 사업을 제의하는 회사가 바로 씨유박스”라며 “싱가포르에 첫 해외 사무소를 개설하기 위한 준비는 이제 막바지 작업 중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정부·사업체와 논의 역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씨유박스는 AI 관련 사업 영역 확장에도 적극 나선다. 남 대표는 “3D 엑스레이(X-Ray) 판독 기술을 바탕으로 물류센터 내 주문 상품을 박스에 담는 ‘오더피킹’ 로봇 사업 역시 사업실증(PoC) 단계”라며 “국내 유명 종합병원과 협력해 영상과 생체신호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AI 기술도 상용화를 위해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장 초반 아쉬운 실적에도 불구하고 남 대표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분명한 만큼 투자자들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믿음을 갖고 투자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등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해 주주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공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이 공개할 것”이라며 주주와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