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달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법’ 추진 계획

‘간호사 표’ 의식?…野 “아직 감정의 골” 반대 시사

결국 총선 ‘표심 경쟁’…80만 간호조무사-48만 간호사

또 의료계 분열? 野 ‘간호사법’ 이어 與 ‘간호조무사법’ 추진 [이런정치]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표결 끝에 부결된 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방청석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법’을 6월 중 추진한다. 다만 ‘다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간호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 방침이라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신경전은 ‘80만’ 간호조무사와 ‘48만’ 간호사의 표심을 각각 얻기 위한 경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2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안건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예정된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논의한 후, 오는 29일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간호인력 처우개선을 위한 ▷5년 주기 간호종합계획 수립 ▷각 시, 도별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 운영 의무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요건 중 ‘고졸 학력제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야가 간호법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일 때 발의된 법안이라, 여권에선 이 의원 개정안을 사실상 ‘간호법 중재안’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또한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법’ 처리에 적극적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질의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 폐지 토론회’에서 “(간호법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도 가급적 의료단체 간 합의를 통해서 좋은 결론을 만들어내려고 애썼지만, 여의치 않아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연내 이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복지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간호법에 대한 여론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복지부에선 의료계에 또다시 직역 간 갈등 바람이 불까 걱정하고 있지만, 당에선 연내 최대한 처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건 상정’만 합의했을 뿐, ‘합의 처리’엔 합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법 폐기 후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표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당초 민주당이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법은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간호조무사 측 반발을 고려해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을 반대했고, 이것이 결국 윤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까지 흘러갔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간호조무사들의 학력 문제는 간호사들이 반대하지 않냐, 아직 거부권 행사 후 간호사 단체들 감정의 골이 깊다”며 “간호법 거부권 행사 이유도 ‘직역 간의 합의가 되지 않아서’가 이유였는데, 국민의힘도 간호사단체의 반대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간호사 단체들은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법’을 반대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대상이 현행 특성화고 졸업자, 학원 이수자, 그리고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보건 계열 전공 대졸자 등으로 확대되는데 대학에 ‘간호조무학과’ 신설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해당 학과가 신설될 경우 간호조무사학과와 간호학과의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것이 간호사단체들의 주장이다. 김영경 간호협회 회장은 지난달 30일 긴급기자회견에서 “2024년 총선에서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국회의원을 심판하고, 간호법을 조작 날조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단죄할 것”이라며 심판론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