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닥 시가총액(시총) 중 에코프로 그룹 3개 상장사(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가 차지하는 비율이 역대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고, 시총 2위 에코프로 주가가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 등극을 향해 빠르게 오르막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 그룹주가 코스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에코프로 그룹주의 상승세가 곧 전체 코스닥 지수의 상승세로 연결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다만, 한국판 ‘밈(Meme) 주식’처럼 기업 펀더멘털(기업 가치)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국면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주가가 급등한 최근에 들어서는 코스닥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코프로 그룹株 코스닥 내 비중, 연초 4.04%→現 13.19%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에코프로비엠(28조8514억원)과 에코프로(25조9886억원), 에코프로에이치엔(9734억원)의 시총 합산액은 55조8134억원으로 이날 코스닥 시총 423조2291억원의 13.19%에 이르렀다. 이는 에코프로 그룹 3개 상장사 시총이 코스닥 시총 중 차지하는 비율로는 역사상 가장 큰 수준이다. 이날 기록한 에코프로 그룹 3개 종목의 시총 합산액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가장 큰 액수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까지만 해도 에코프로 그룹 3개 종목 시총이 코스닥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4%에 불과했다.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2월 9일 5.03%로 처음 5%대에 진입했고, 4월 10일에는 11.59%로 두 자릿수에 도달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있었던 ‘주가 조정기’ 때 다시 9%대로 내려왔던 비중은 6월 7일(10.67%)부터 다시 10%대에 접어들었다. 이후 7월 들어서만 해당 비율은 2.51%포인트가 상승하며 전체 코스닥 시총의 7분의 1을 바라보는 수준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이 기간 에코프로의 주가는 무려 847.57%(10만3000→97만6000원)가 올랐고, 에코프로비엠 역시 220.30%(9만2100→29만5000원)나 상승했다. 세 종목 중 가장 상승폭이 작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도 40.24%(4만5350→6만3600원) 올라섰다.
1~6월 코스닥, 에코프로 시총 늘 때 함께 올랐다
높은 시총 중 비율만큼이나 에코프로 그룹 3개 종목의 움직임은 코스닥 지수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올해 코스닥 지수와 에코프로 그룹주의 시총 합산액 간의 상관계수를 도출한 결과 0.94로 ‘강한 정적(正的)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올 한 해 에코프로 그룹주의 시총 합산액이 증가할 때 코스닥 지수가 거의 대부분의 확률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던 셈이다.
월별로 구분해 봤을 때도 1월이 0.95로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낸 가운데, 2월 0.77, 3월 0.59, 6월 0.76, 모두 ‘정적 상관관계’ 기준치인 0.5를 넘어섰다. 급등에 이어 강한 ‘조정장세’가 펼쳐졌던 4월만 0.47로 다소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다만, 눈여겨볼 지점은 -0.57로 ‘부적(否的) 상관관계’가 나타난 7월 상관계수다. 에코프로 그룹주의 시총 변화가 코스닥 지수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더 강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코스닥 지수가 상승한 데 시총 비중을 빠른 속도로 높여 온 에코프로 그룹주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하다”면서도 “코스닥 시장에 추가 유입되는 투자금 규모보다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을 에코프로 그룹주가 빨아들이면서 코스닥 시장 내에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도 상관계수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7월 들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이 각각 18.47%, 29.44%, 2.75%씩 오를 때 코스닥 지수는 1.21%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1651개 종목 중 코스닥 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은 78.38%(1294개)에 이른다.
한편,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주가의 향방을 예측할 만한 분석조차 쉽지 않다는 점은 큰 변수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는 다수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지만, 에코프로에 대해서 만큼은 사실상 예측에 대해 손을 놓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