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변동성도 이겨냈네”…은행주, 조정장에 돋보인 맷집 매력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은행주가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 방어주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주들은 정부의 ‘이자장사’ 경고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시장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유례 없는 2차전지발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은행주들은 역대급 실적에 추가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저평가 우려를 덜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발 변동성이 컸던 26일부터 28일 코스피 지수는 -1.1% 하락한 반면, KRX 은행 지수는 4.0% 상승했다.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1.37%)를 제외한 KB금융(7.24%), 신한(5.60%), 하나금융지주(2.98%) 등은 지수를 웃도는 오름세다. 특히 지난 26일 역대급 하락 종목 수(1480개)를 기록한 날에도 4대 금융지주는 최소 1%에서 최대 4% 상승하며 방어주 역할을 해냈다. 28일 2차전지주가 반등하자 은행주는 약세로 돌아서는 등 상반되는 패턴도 포착됐다.

‘이자장사’ 비판에 눌려있던 은행주들이 모처럼 반등에 나선 것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은행주가 오랜만에 코스피 지수 대비 초과 상승세를 시현했다”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던 배터리 관련주가 급락세로 돌아섰는데, 그간 장기간 증시에서 소외되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은행주가 방어주로서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847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8조9952억원)에 비해 4.5% 늘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이 5조7590억원으로 가장 컸다. 증시 회복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늘어난 것도 영향도 미쳤다.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 등 주주환원 기대감도 되살아났다. 올 들어 경기둔화, 연체율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에선 추가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KB금융의 반기 최대 순이익 소식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이 더해지자 투심도 살아났다. JB금융도 역대 최대 규모의 반기 실적을 토대로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주당 180원)을 처음 도입했다.

이중에서도 KB금융이 올 하반기 실적 안정세가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2분기 순이자마진이 1년 전보다 0.14%포인트, 직전 분기보다 0.06%포인트 개선됐다. 2분기 국내 주요 은행주의 순이자마진이 하락한 흐름과도 상반된다. 또 올 2분기엔 신용 위험 확대 가능성 등을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6000억원 넘게 쌓았는데도 최대 분기 이익 기록을 또 갈아치우는 체력도 보였다.

부동산PF 대출 부실화 우려도 제한적이다. 은행은 사실상 연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도 은행에 준하는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올 3월 기준 업권별로 살펴보면, 우량 물건 선순위 대출만 시행한 은행은 연체율이 0%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준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PF 부실 이후 시중은행이 높은 수준의 PF 건전성 관리를 지속했기 때문”이라며 “PF 대출 부실이 금융지주의 손익 및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금리 추세를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NIM 하락 압력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전망이나 시장 불확실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 등을 감안하면 다소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 상반기 대손비용 충당금을 많이 반영했지만 높은 수준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와 9월 만기연장·상환 유예 종료 등을 고려하면 다이나믹한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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