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부동산 금융업계에서 '라이프 사이언스(Life Science)'와 '임대주택(Rental Housing)'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 연구단지와 같이 지식 교류와 협업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클러스터형 공간 수요가 커지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성능 임대 주택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됐다.
이지스자산운용 투자전략실은 28일 ‘라이프 사이언스 및 임대주택 추진 방향성’이라는 전략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목했다.
▶"바이오 연구시설 부동산 수요 커질 듯"=보고서는 '글로벌 라이프 사이언스' 시장의 규모를 2025년까지 12조5000만달러(한화 약 1경590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라이프 사이언스 산업'은 바이오(Bio)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 및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을 뜻한다. 라이프 사이언스 부동산은 이 같은 산업에 활용되는 연구시설과 오피스 등이다.
성장 배경은 ▷선진국 중심의 고령화 심화에 따른 의료 관련 지출 증대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신종 감염병의 글로벌 확산 경험에 따른 안전·환경 민감도 강화 ▷GDP 및 1인당 실질 소득 증가로 인한 웰빙(Well-being) 및 웰에이징(Well-aging) 관심 증대 ▷산업 간 연계에 따른 바이오 산업 범위의 확장 등이다.
특히 아시아의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연간 2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라이프 사이언스 기업의 본사는 유럽 권역(EMEA) 47%, 아시아·태평양 권역(APAC) 36%, 미주 권역(AMER) 18% 비중으로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아시아·태평양 권역의 본사 규모에 비해 라이프사이언스 부동산 섹터에 투자한 펀드 규모는 겨우 8%에 불과했다.
또한 라이프 사이언스 산업은 지식 교류와 협업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클러스터형 공간 수요가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초기 연구개발(R&D) 단계에서는 대학, 연구기관,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중소형 주체가 많아 밀집 형태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제약 산업 특성도 공간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신약 개발은 평균 14년이 걸리고 성공률도 현저히 낮다 보니 자체 역량 기반의 폐쇄형 모델에서 외부 교류가 가능한 개방형 사업모델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에 시너지 창출을 위한 유관업체의 밀집 필요성이 커지고 클러스터 공간 수요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형 임대주택 성장 유망"=이지스자산운용은 사적 임대주택 시장의 다양한 위험 요인과 주거 이용 패턴, 수급 등의 변화로 인해 기업형 임대주택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했다. 전세금 미반환 문제 등 위험을 줄이려는 수요가 기업형 임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월 523억 원에서 올해 1월 1692억 원으로 3.2배 늘어난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임대 가구 수는 820만 호다. 이 중 사적 임대가 60%(490만 호)이며, 기업형 임대는 6%(50만 호)에 불과하다. 사적 임대주택 시장은 개인 소유주 중심으로 임대차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 경우 집주인의 변경 및 실거주,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등 사유로 인한 계약 갱신 불안정성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고성능 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케어·서비스 및 휴식, 주거 공간과 안전, 에너지 효율 등에 대한 공간 수요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자산 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한 소유와 투자 방식이 아닌 이용 가치에 기반을 둔 주거 상품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고금리, 긴축 등 부동산 경기에 비우호적인 환경이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새로 성장하는 섹터에 대한 연구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산업과 문화의 변화에 앞서가는 분석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 상품과 함께 사회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