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 손들 연쇄 방한, 왜?…“성장 유망산업 모였다”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글로벌 금융회사의 한국 진출과 최고경영자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큰손’으로 떠오른 국내 연기금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IT·K-뷰티·헬스케어 등 성장성이 유망한 국내 산업에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 중국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한국이 신흥시장 투자처로도 유망한다는 판단도 깔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CEO가 방한한 데 이어 이달에는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창립자인 짐 콜터 회장이 한국을 찾는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초부터 아시아 시장을 담당하는 글로벌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활발하게 방문하는 분위기”라며 “중국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큰손’들은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K-뷰티·헬스케어 등을 한국 투자의 주요 테마로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5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GS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 보톡스 제조사 휴젤을 1조7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TPG는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컨소시엄 형태로 총 4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 7월 화장품 용기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회사 삼화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달에는 야시르 오스만 알 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총재가 방한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사우디 왕가가 출자해 조성한 국영 펀드로, 펀드 운용 규모는 7000억달러(약 933조원)에 이른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유망한 한국 PEF 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에도 출자해 더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에 나선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연기금 고위관계자는 “최근 아시아 투자 시장에서 중국은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일본은 엔저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와 달리 한국은 테크, 뷰티 등 유망한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 한국은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도 신흥시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리더가 한국을 찾는 이유는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KIC) 등 주요 연기금 관계자를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최근 국내 연기금들은 위탁비중을 꾸준히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초 맥쿼리자산운용을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3곳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회장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예방했다. 지난 7월엔 KKR 조셉 배 CEO가 방한해 국민연금, KIC(한국투자공사) 등 국내 LP들과 면담했다. KKR도 올해 태영그룹 모회사인 TY홀딩스가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사무소 인력을 늘리는 등 한국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프랭클린템플턴은 국민연금이 위치한 전북혁신도시에 전주사무소를 열었다. 지난 2월 유럽 발렌베리 가문의 계열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는 20명 넘는 투자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된 서울사무소를 개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투자 노하우와 한국 시장에서의 새로운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IB 업계에선 이들 글로벌 운용사가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바탕으로 올해 투자 적기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대한 글로벌 PEF 운용사들의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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