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미래에셋운용 ETF 순자산 10조원씩 증가

한투·신한·한화 등 중소형사들 대거 진입

‘승자의 독식’ 사라진 ETF 시장…양강구도 속 후발주자 약진 [투자36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ETF 시장은 과거 절반 넘게 점유하던 삼성자산운용을 후발주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양강구도' 속 중소형사 다경쟁 체제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합산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6월 100조원을 돌파하고서 지난 6일 107조4752억원으로 집계됐다. ETF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78조5116억원과 비교해 8개월여 만에 36.89% 불어난 것이며 지난 2020년 1월 51조7100억원에서 두 배가량 성장했다.

ETF 100조원 돌파는 2002년 10월 14일 코스피200지수 기반 4종목(순자산총액 3552억원)으로 첫발을 뗀 지 21년 만이다. ETF를 들여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이 지나해 말 32조9505억원에서 지난 6일 43조4409억원으로 31.84%(10조4904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를 추격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도 같은 기간 29조5674억원에서 40조30억원으로 35.29%(10조4356억원) 증가했다.

순자산 증가 규모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10조4000억원대로 거의 유사하고 점유율 격차는 3.2%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ETF를 국내로 들여온 배재규 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등 인력이 삼성운용에서 나오고, 미래에셋운용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개인투자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두 곳의 점유율을 보면 삼성운용이 41.92%에서 40.42%로 낮아졌다. 삼성운용의 점유율은 한때 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 점유율은 37.66%에서 37.22%로 소폭 떨어졌다.

이들 1, 2위 운용사 점유율이 축소된 것은 올해 다른 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점유율은 3.89%에서 4.78%로 높아졌다. 신한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0.94%에서 1.83%로, 한화자산운용은 1.84%에서 2.63%로 각각 뛰었다.

특히 신한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7357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6일 1조9707억원으로 167.87% 급증했다. 한화운용도 1조4472억원에서 2조8225억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들 후발주자가 앞다퉈 경쟁을 벌이면서 한화운용은 작년 말 7위에서 5위로 높아졌다. 기존 5위에 있던 키움운용은 6위로, NH아문디자산운용은 6위에서 8위로 각각 밀려났다.

한 대형운용사의 관계자는 "중위권 업체들이 상품을 선보이면서 ETF 시장 파이(규모)가 커졌다"며 "이런 경쟁 분위기는 기존 대형사들 경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수익률 부진으로 위축되자 간접 투자자들이 비용이 적게 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TF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ETF 시장 성장세가 지속하면서 선두다툼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자의 독식’ 사라진 ETF 시장…양강구도 속 후발주자 약진 [투자360]

다만 최근 ETF 시장이 다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운용보수를 과도하게 낮추는 출혈 경쟁이 심화할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투운용은 지난 6월 'ACE 미국고배당S&P ETF'의 총보수를 0.06%에서 0.01%로 인하했다. 앞서 미래에셋운용도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3%로 내놨고, 신한운용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0.03%로 낮췄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임원은 "무리한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하면 후발 운용사들은 ETF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보수 경쟁보다 차별화된 신규 상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시장의 질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시장을 ETF가 주도하면서 공모펀드에선 자금 이탈이 지속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2020년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35조원의 자금이 순유출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판매되는 일반공모펀드에선 11년간 61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ETF로는 27조원의 자금이 순유입했다. 전체 펀드시장에서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1.4%에서 올해 21.6%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협회와 자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를 한국거래소에 직접 상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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