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중국산 ‘모델Y’, 9월 수입차 판매 1위
LFP 배터리 탑재해 ‘가격 낮추기’ 전략 통해
‘獨 3사’ 균형 깬 볼보, 내수에서 아우디 제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수입차 3사의 ‘3강 구도’가 굳어졌던 과거와 달리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테슬라가 1위에 오른 데 이어 볼보와 렉서스 등 독일 외 브랜드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수입차 업계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테슬라 ‘모델Y’는 국내 시장에서 모두 4206대가 팔리며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월보다 무려 875.9%, 전년 동기 대비 120% 늘어난 수치다.
판매량 2위는 2719대를 기록한 벤츠 ‘E클래스’(E 250 1991대, E 350 4MATIC 728대)가, 3위는 BMW ‘3시리즈’(633대)가 차지했다.
모델Y 판매량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가격 낮추기’ 전략이 꼽힌다.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의 후륜구동(RWD) 모델을 출시했다. 테슬라의 몸값이 낮아지자 대기 수요가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정부 전기차 보조금 100% 적용 기준인 5700만원보다 1만원 낮은 5699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외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등을 더하면 5000만원초반대 가격으로, 지역에 따라서는 4300만원대 가격으로 차량을 살 수 있다.
전기차 관련 주요 포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산 모델Y 구매 관련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테슬라가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서 LFP 배터리로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NCM 배터리와 비교해 전기차 주행거리가 짧다. 그러나 제조원가가 약 30% 저렴하다. 외부 충격이나 화재 등 위험 요인에 노출 시 안정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의 이런 전략은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졌다. 중국산 모델Y의 지난달 판매량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705대)와 ‘아이오닉 6’(344대), 기아의 ‘EV6’(601대)와 ‘EV9’(1163대)의 판매량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브랜드 순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테슬라 제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브랜드는 6971대를 기록한 벤츠다. 2위는 6188대를 기록한 BMW였다. 벤츠와 BMW 양강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3위 경쟁은 1년 전보다 훨씬 더 치열해졌다.
지난달 수입차 3위는 1555대를 기록한 볼보가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위를 기록한 아우디는 1470대로 1년 새 판매량이 21.9% 줄어들며 4위를 기록했다. 반면 볼보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XC60’의 판매 호조세이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을 76.5% 늘리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친환경차 선호 현상도 볼보 판매량을 견인한 요소다. 볼보는 볼륨모델에 가솔린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자체 기술을 적용한 순수 전기차 라인업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일본 렉서스와 토요타도 친환경차 바람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두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 들어 뚜렷한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토요타·렉서스 판매량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총 1만3851대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 8월에 지난해 총량을 뛰어넘는 1만4462대가 팔렸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전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완성차 시장 구도 변화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며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큰 만큼 친환경차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의 약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