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담배꽁초라고?” 이 손가방엔 꽁초 쓰레기 3개가 숨어 있다 [지구, 뭐래?]
‘시가랩’으로 감싼 담배 꽁초가 들어있는 주머니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휴대용 재떨이도 써봤는데 냄새가 늘 고민이었어요. 종이로 한번 감싸니 주머니나 담뱃갑에 꽁초를 넣어도 한결 나아요”

꽁초 무단 투기로 과태료를 물게 된 이후 흡연자 A씨는 담배 냄새와의 전쟁을 벌였다. 길바닥에 버리지 않으려면 쓰레기통을 발견할 때까지 담배 꽁초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보관하기가 군색해서다.

담뱃갑에 바로 꽁초를 넣거나 휴대용 재떨이를 사용하면 주머니나 가방으로 냄새가 새어 나왔다. 그러던 A씨가 우연히 접한 게 바로 ‘시가랩’이다. 시가랩은 담배꽁초를 감쌀 수 있도록 특수 처리된 일종의 수거 용지다.

시가랩이 휴대하기 좋고 사용하기 간편한 꽁초 처리 방법으로 인정 받으면서 내년부터 서울 시내 전역의 편의점에 무료로 비치될 예정이다.

“이게 담배꽁초라고?” 이 손가방엔 꽁초 쓰레기 3개가 숨어 있다 [지구, 뭐래?]
담배 꽁초 수거 용지 ‘시가랩’ [독자 제공]

담배 꽁초 무단투기는 사실 흡연 정책이 아니라 폐기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꽁초 무단 투기로 부과된 과태료(2022년)만 34억2045만2000원이다. 같은 기간 쓰레기 무단투기로 적발된 11만7753건 중 7만2030건(62%)이 담배 꽁초였다.

이처럼 함부로 버린 담배 꽁초로 인한 환경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담배 필터에는 유해 물질뿐 아니라 약 1만2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호수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이 오염되고, 해양 생물을 통해 인간이 다시 섭취하게 된다.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쌓여 배수로가 막히면 빗물이 역류해 침수 피해가 난다. 담뱃불 부주의로 발생하는 화재도 상당하다. 지난해 발생한 화재 4만113건 중 6289건(15.7%)는 담뱃불에서 비롯됐다.

“이게 담배꽁초라고?” 이 손가방엔 꽁초 쓰레기 3개가 숨어 있다 [지구, 뭐래?]
빗물받이를 빼곡히 채운 담배꽁초 [헤럴드DB]

담배 꽁초 무단투기를 줄이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거나 전용 수거함을 확대 설치하는 등의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한계가 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한 데다 수거함이 오히려 흡연 장소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역민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핵심은 흡연자들이 담배 꽁초도 쓰레기로 여기는 방향으로 인식을 개선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게 담배꽁초라고?” 이 손가방엔 꽁초 쓰레기 3개가 숨어 있다 [지구, 뭐래?]
서울 종로구 낙원동 거리에 설치된 담배 꽁초 수거함. 주소현 기자

거점 수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흡연자들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게 바로 시가랩이다. 시가랩은 담배 꽁초를 감쌀 수 있도록 테두리에 접착면이 있는 명함 크기의 수거용지다. 밀봉 시 산소가 차단돼 화재 위험이 없으며 냄새를 어느 정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시가랩은 2019년부터 홈페이지에서 신청 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한 갑에 약 1000원을 내고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는 서울 시내 편의점(GS25·CU·GS25·세븐일레븐)에 무상으로 비치된다.

접착식 메모용지 포스트잇처럼 종이 여러 장이 한번에 붙어서 제공된다. 낱장씩 떼어 사용하면 된다. 현재는 한 갑에 15장씩 들어있으나, 향후 편의점에는 원하는 만큼 떼어갈 수 있도록 다량 비치될 예정이다.

“이게 담배꽁초라고?” 이 손가방엔 꽁초 쓰레기 3개가 숨어 있다 [지구, 뭐래?]
담배 꽁초 수거용지 '시가랩'. 주소현 기자

시가랩은 사용이 저조한 휴대용 재떨이의 대체재, 또는 함께 사용하는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담뱃갑이나 지갑 등에 끼울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우며 두께도 얇아서다. 재사용할 필요 없이 버리면 돼 처리도 간단하다.

서울환경연합에서 701명을 대상으로 한 담배꽁초 처리실태 조사에 따르면 휴대용 재떨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흡연자가 543명(77.5%)에 이른다. ‘사용하기 불편하다’(48.7%)는 게 주된 이유다.

대신 담배 꽁초를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캠페인이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적극 참여·참여 고민)는 응답자는 603명(86%)이나 됐다.

시가랩 캠페인을 진행하는 ㈜어다인의 최재웅 신사업부장은 “휴대용 재떨이 문화가 정착한 곳은 일본 정도로 매우 드물다”면서도 “편의성을 높인 시가랩이 일정 수준 이상 알려지기만 하면 꽁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저력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게 담배꽁초라고?” 이 손가방엔 꽁초 쓰레기 3개가 숨어 있다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