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선호하는 비주얼·식감
SNS부터 고급 선물용으로 인기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바사삭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즙이 주루룩 나와요.”
개성주악의 매력에 빠졌다는 2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유명 제품을 맛보려 주말마다 개성주악 전문점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MZ세대의 간식 트렌드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신조어), 도넛, 약과에 이어 이번엔 ‘개성주악’이다.
고려 개성 지방의 전통 간식, MZ 고급 디저트로
고려시대 전통 간식이 MZ세대가 선호하는 디저트로 떠올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곡물 생산량 증가와 불교의 육식 절제 영향으로 고려시대에는 꿀이나 조청을 바르고 기름에 튀긴 간식이 발달했다. 약과가 대표적이다.
개성주악 역시 고려시대부터 즐겨 먹던 개성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손님을 대접하거나 잔치, 연회에 올리던 귀한 음식이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개성주악은 찹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반죽한 다음 동글하게 빚어 기름에 지져낸 전통 간식이다. 위에는 꿀이나 조청을 입힌다. 약과가 ‘한과’라면 주악은 기름에 튀긴 ‘떡’ 종류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예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개성주악도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주악이라는 명칭의 유래도 흥미롭다. 개성 지방의 주악인 개성주악은 ‘개성 우메기’로도 불린다. 주악을 튀길 때 나는 소리에서 비롯됐다. 개성주악을 판매하는 서울 서초구 디저트 카페 ‘김씨 부인’의 김명숙 대표는 “튀기는 과정에서 주악이 서로 부딪쳐 돌멩이 구르는 소리가 난다고 해 이를 ‘조악(造岳)’으로 부르다가 발음이 편한 ‘주악’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디저트지만, 아직 생소한 편이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개성주악을 파는 곳이 드물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지방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개성주악을 사러 찾아온다”고 했다.
화려한 비주얼에 바삭·쫄깃…“궁금한 건 못참아”
‘궁금증 효과’가 인기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누구나 아는 맛’인 약과와 달리 개성주악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서다. 김 대표는 “‘SNS에서 하도 많이 나오길래 궁금해서 와봤다’는 젊은 고객들이 최근 들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급 선물용’ 판매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요즘에는 대기업에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직원 복지 차원으로 선물 세트를 대량 구입한다”고 말했다.
장보기 앱 컬리는 올해 ‘추석 선물용’으로 개성주악의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 9월 개성주악 제품 판매량은 전월 대비 2배 증가했다. 특히 선물용 8구 상품 판매량이 3배 늘었다.
진소영 컬리 MD(상품기획자)는 “‘할메니얼’ 트렌드가 올해는 ‘힙 트레디션(힙 감성+고유 전통)’으로 확장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개성주악까지 관심을 끌고 있다”며 “취향에 따라 개성주악에 다양한 토핑을 올려 먹는 레시피도 인기”라고 말했다.
도넛이나 베이글, 약과까지 최근 MZ세대가 선호하는 간식은 트렌디한 토핑을 넣고 변주된 형태가 많다. 개성주악 역시 아이스크림이나 크림치즈, 초콜릿, 과일 등을 올린 레시피가 활발하게 공유된다. 다양한 토핑의 개성주악을 판매하는 ‘연리희재’는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해 20~30대가 줄 서는 가게로 유명해졌다.
MZ세대를 사로잡은 개성주악의 첫 번째 매력은 일단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 좋은 화려한 외형이다. 동글한 모양에 조청이나 꿀을 발라 반짝반짝 광택도 난다. 위에는 해바라기씨와 대추 고명 등이 장식돼 있다.
독특한 식감도 인기 요인이다. 떡의 쫄깃함을 유지하면서 바삭바삭한 겉면은 도넛 같다. 임경숙 이사장은 “약과에 이어 새로운 한식 디저트로 부상한 개성주악은 특히 단맛과 쫀득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