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배우 겸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27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식탁'에서는 29년차 배우 겸 방송인 홍석천이 출연했다.
그는 방송인 안선영, 배우 이문식, 그리고 조카에서 딸이 된 홍주은 씨를 식탁에 초대했다.
홍석천은 "2000년도에 커밍아웃 했다. 이후에 6개 방송이 모두 다 끊겼고 3년 반을 쉬었다. 방송 출연 정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커밍아웃은 그 해 연예계 베스트 사건 중 하나였다.
홍석천은 "내가 20대 때 너무 지독한 사랑을 했다. 내가 커밍아웃 하지 않은 것 때문에 헤어지게 됐다. 그때 내가 '어떤게 중요한 사람인가?' 그런 고민이 생겼다. 그럼 난 언제 사랑하면서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커밍아웃을 숨긴 것 때문에 불행했다"며 "그래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나의 목표였다. 그러려면 커밍아웃을 해야, 다가올 사랑에 당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커밍아웃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홍석천은 "어느 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가 당시 내 캐릭터 때문에 '남자인데 여자같은 캐릭터다.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하시는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가볍게 물어봤다. '이 때다' 싶었다. 내가 당당히 커밍아웃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네,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때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다 했고 제작진에게 방송에 내보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 최초의 커밍아웃이 방송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일이 벌어지고 2~3주 뒤에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이후 인터뷰 기사로 홍석천은 커밍아웃 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화로 "제가 게이인데 커밍아웃 했다. 기사가 날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부친은 택시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변호사를 대동해 기사를 절대 내보내면 안 된다고 막았다.
홍석천은 자신의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모태신앙에 교회에서 살았다. 우리 엄마는 권사님이시고 고모는 목사님이다. 가족 모임에 몇 년을 못 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도 힘들어하신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100% 저를 이해하지는 못하신다. 근데 부모라는 입장에서 자식이 잘되길 기도해 주고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을 응원해 주시고"라며 "커밍아웃할 때 아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셨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얘기 안 하려 하시고. 그렇지만 한켠 빈자리를 가끔 표현하실 때는 저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고"라고 토로했다.
홍석천은 커밍아웃 2년 후 요식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갑자기 끊긴 방송일 때문에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홍석천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았는데 (커밍아웃 후에는) 친구들을 잘 못 만났다.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가게를 오픈했는데) 홍석천을 보고 발길을 돌리더라. 나가는 사람이 반이었다. 월급, 월세, 나가는 돈만 너무 많았다. 그때 날 찾아줬던 곳이 나이트클럽이었다. 하룻밤에 다섯 군데를 공연했다. 그렇게 몇 년을 버텼다”라며 새롭게 시작한 요식업 또한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홍석천은 요식업에서 태국 음식을 주로 선보인 이유로 “내가 힘들 때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딜까 생각했는데 그 당시에 신혼여행지 1등이 태국이었다. 태국 음식에 빠졌다. 손님들에게도 행복한 기억을 주고 싶었다. 그게 먹혀서 오신 분들마다 만족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