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발표

설계·시공업체 선정권 조달청 이관

퇴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 확대 및 입찰 제한

불법 저지른 건설사 최대 5배 징벌적 손배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그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독점 체제로 진행되던 공공주택사업에 민간건설사가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1962년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생긴 이래 사상 첫 변화다. 정부는 LH-민간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LH에 집중된 시장지배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LH의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 권한도 타 기관으로 이관시킨다. 아울러 건설 카르텔 혁파를 위해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LH의 독점적 지위·전관 카르텔·미흡한 감리체계 등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지목된 원인을 해소하고, 설계·시공·감리 간 견제 및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다.

LH 혁신안은 LH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공공주택사업에 민간시행 유형을 새로 도입한다. 공공주택사업자가 LH로 한정돼 경쟁을 통한 품질개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공성은 분양가와 공급기준을 현 공공주택과 동일한 기준으로 책정해 확보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설계·시공·감리업체를 LH가 직접 선정하던 현행 체계도 개선한다. 설계·시공업체 선정 권한은 조달청에, 감리업체 선정 권한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 이관한다. 이를 통해 이권 개입을 차단하고, 품질·가격 중심의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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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제공]

고질적 문제로 꼽히던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퇴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을 기존 ‘2급이상’(퇴직자 30% 수준)에서 ‘3급 이상’(퇴직자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회사 자본금·매출액 기준도 삭제 및 완화했다. 전관 근무 여부 모니터링 대상 업체는 200여 개에서 4400여 개로 대폭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2급 이상 전관이 퇴직 3년 이내 재취업한 업체는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 3급 이상 전관 재취업 회사는 낙찰이 어려운 수준으로 대폭 감점한다.

건축설계·구조설계 공동계약 및 구조설계 전담조직 개편, 시공 시 안전점검 강화 등 공공주택 건설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도 혁신안에 담겼다. 또한 준공 1년 전 구조설계도면을 공개해 대국민 검증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LH 혁신안과 함께 발표한 건설 카르텔 혁파안에는 감리의 독립성·전문성 부족, 구조설계 책임성 미흡, 이윤 극대화 최우선 시공 등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담았다.

우선 건축주 대신 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주택’에서 ‘다중이용 건축물’까지 확대하고, 감리가 시공사·인허가청에 공사 중지 요청을 함께 보고하도록 해 공사중지권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한다. 더불어 국가인증 감리자 제도 및 감리 전문법인을 도입해 감리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설계 책임도 강화한다. 설계 업무를 건축사가 총괄하되,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화한다. 또한 공공 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를 민간 공사까지 확대한다.

건설현장 점검체계도 개선할 예정이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과 같은 주요 공정은 공공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도록 한다.

국토부는 또, 사업 인허가 시 지자체가 공기와 대가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과도한 공기단축과 공사비 삭감을 차단할 방침이다.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는 불법행위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큰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이러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내용은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 또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마친다는 목표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LH 전관과 건설 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그간 사태로 인해 실망과 불안을 느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발표한 정부 혁신안뿐만 아니라 자체 개선사항을 발굴해 철저하게 이행하는 한편, 주택건설 전 과정의 품질을 엄격히 관리해 국민주거 안정이라는 본래 소임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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