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지난 7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5계. 주의사항을 알리는 집행관의 목소리가 울리자 복도를 가득 매운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찰봉투를 들고 법정안으로 들어갔다.
154개의 좌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득 메워졌다. 20여명의 사람들은 선 채로 경매에 참여했다. 친구와 함께 법정을 찾았다는 한 40대 여성은 “이제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 법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50건 가까운 물건 중 절반 가량이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 3억8000만원인 관악구 신림현대 아파트 전용면적 105.36㎡형에는 8명이 몰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7.3%까지 올랐다.
동행했던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낙찰가율이 80% 이상인 것은 주택 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입찰가를 높게 쓰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연초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법정마다 응찰자가 몰리고 낙찰가가 뛴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1~8일 수도권 아파트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7.06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71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사람이 몰리니 낙찰가율도 상승세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이달 81.93%까지 올랐다. 작년 동기(73.56%)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10월 이후 회복한 80%대가 비수기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경매시장은 더 뜨겁다. 수원지법에서 8일 경매를 진행한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마을 전용면적 84.9㎡형에는 무려 25명이 응찰했다. 감정가 3억1500만원인 이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9.9%까지 치솟았다.
같은날 경매에 나온 용인 기흥구 신갈동 녹원마을 새천년그란빌 전용 51.52㎡에도 23명이 몰려 낙찰가(2억1420만원)가 감정가(2억1000만원)를 넘는 일도 있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기권 지역은 전세난이 심각해 최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면서 “취득세 인하 등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경매에 처음 나와 한 번의 유찰도 없이 바로 낙찰되는 ‘신건’ 낙찰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1월 한달동안 12건의 신건이 낙찰됐는데 올해는 일주일만에 9건이나 주인을 찾았다. 6일 감정가 8억원으로 처음 경매에 나온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17.59㎡형이 대표적으로, 나오자마자 감정가보다 1000만원 높은 8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곽창석 ERA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신건 낙찰이 많은 것은 기존 매매시장에서 매물을 구하기 어려울 때”라며 “집값 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도권 경매시장은 활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난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경매를 통해 저렴하게 내집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경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건은 대부분의 전세입자가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라며 “전세입자 가운데 매매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활기를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매매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나오는 것도 호재다. 박미옥 법무법인 메리트 경매본부장은 “매매시장 전망이 좋으면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오르기 시작한다”며 “주택경기 침체로 그동안 집값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바닥이라고 판단하는 주택수요자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