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서병수, 당 요청에 북강서갑 출마 결단

3선 김태호, 양산을 출마 고심

한동훈 “실력·중량감 있는 분들 나가주셔야”

공천신청자 몰린 영남권서 추가 차출 가능성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총선을 60여일 앞둔 국민의힘에서 ‘중진 희생론’이 재점화했다. 5선의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이 당 지도부의 낙동강 벨트 험지 출마 요구에 응하며 북·강서갑 출마를 사실상 결단했고, 3선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도 양산을 출마를 공개 제안받았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한 달여 만에 다시 떠오른 희생론에 당 내 중진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서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서 의원은 6일 오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치를 오래 한 중진으로서, 당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혔다. 지도부에서는 장동혁 사무총장이 지난달 말 한동훈 위원장과 조율 끝에 물밑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의 서병수(부산진갑) 의원님께 민주당의 전재수 의원이 있는 북·강서갑으로 출마해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며 “경남 지역에서는 김태호 의원님께 김두관 의원이 있는 양산을 지역에 출마해주십사 부탁을 드린 상태”라고 밝혔다.

장 사무총장은 “우리 당으로선 꼭 이겨야 하는 전략지역들이 있다. 정치신인을 내보내서는 이기기 힘든 지역”이라며 이들에 대한 우선추천(전략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저희가 낙동강 벨트를 사수하고 찾아온다면 이번 총선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북강서갑과 경남 양산을은 PK(부산·울산·경남)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낙동강 벨트’ 지역구다. 각각 재선인 전재수·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현역이다.

지도부의 제안에는 서·김 의원이 각각 부산시장, 경남도지사를 지낸 만큼 지역 내 험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부산의 한 초선 의원은 “영남권 중진 물갈이가 아닌, 역량 있는 중진을 앞세운 이기는 공천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지도부 제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힘 실은 與 ‘중진 희생론’…추가 제안 가능성 촉각[이런정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2023. 08.16 사진공동취재단

지도부는 추가 차출 가능성도 열어놨다. 장 사무총장은 “추가로 어떤 분들에게 당을 위해 헌신해주십사 부탈할지는 좀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분에게 헌신을 부탁드리고 있다”고도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해야만 승리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저도 불출마하지 않았나”라며 “정말 치열한 승부의 장에 많은 실력있는 분들,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주시는 게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희생 요구가 나올 지역으로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비교적 강한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거론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PK는 일찌감치 교체 바람이 불었던 곳”이라며 “추가 제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K에서는 지난해 10월 3선의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했고, 12월 말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와 거취 결단 줄다리기 끝에 당대표를 사퇴한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도 울산이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전·현직 의원 또는 지자체장 등 다수의 공천 신청자가 몰려 교통정리가 필요한 지역구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서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갑 역시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영입인재인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을 포함해 총 8명이 공천을 신청한 곳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는 신성범 전 의원과 신효정 사단법인 공정한나라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