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불발에 긴급 기자회견 열고 공개 사과
“비판할 줄 알았는데”…개혁신당도 “예상 못했다”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오늘만큼은 앞으로에 대한 호언장담보다는 국민께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고개를 숙였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주축인 새로운미래와 최종 결별을 알리는 자리에서다. 통합 선언 이후 내내 갈등을 빚었던 이낙연 공동대표를 향해서도 “앞길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소통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9일 제 정당의 통합을 선언한 지 10일 만에, 이낙연 대표께서 이끄시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대표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며 “할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성찰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하신 유권자께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드리기 위해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미래를 향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따로 노력하게 된 이낙연 대표 및 새로운미래 구성원들의 앞길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직후 이낙연 대표와 연락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그런 거 하나하나를 다 말씀드리는 것도 지금 이렇게 상황이 벌어지는 쪽에서 예의가 아닐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의 공개 사과에 정치권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대표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봤는데, 사과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새로운미래 측이 주장한 ‘합당 파기 기획’ 등을 공개 비판했고, 이날 오전까지 통합 개혁신당 내부 갈등과 관련해 “새로운미래 측 관계자 발로 여러가지 익명 보도들이 나온다”고 저격했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도 “(사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원들에게도 사과 입장을 전했다. 그는 “지난 10여일간 통합 선언 이후 언론에서 매일 우리 개혁신당의 난맥상에 대한 부분을 보도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프셨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이번 통합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통합대상과의 협상을 조율하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통합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다”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투명하고, 신중하게 진행할 것을 당원들께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