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건강수명도 늘어…은퇴 후 적극 소비하는 ‘액티브 시니어’

씀씀이도 MZ세대 앞질러…액티브 시니어 모시기 경쟁하는 유통가

고령화 속 새로운 ‘소비 주체’, 잘파·MZ도 제쳤다 [유통가, 액티브 시니어 시대]
유통업계에 ‘액티브 시니어’가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벼리·박병국·정석준 기자] 고령에도 돈 쓰는 걸 주저하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국내 유통 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직면한 가운데 경제력을 갖춘 이들의 입지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움직이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1970~1980년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며 모은 자산과 쌓인 연금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계층이다. 직장에서 퇴직한 뒤 연금·퇴직금과 용돈으로 여생을 소극적으로 보내는 ‘실버(Silver) 세대’와 다른 개념이다.

액티브 시니어가 소비 시장에서 ‘큰 손’이 된 배경에는 전보다 커진 고령층의 비중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의 중위 연령은 2020년 52.6세에서 2050년 64.9세로 12.3세 높아질 전망이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도 2020년 464만 가구(22.4%)에서 2050년 1137만5000가구(49.8%)로 2.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 행태는 건강과 직결된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건강수명(신체·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은 2000년 67.4세에서 2019년 73.1세로 5.7세 늘었다. 한마디로 액티브 시니어는 더 오래, 더 젊게, 더 재미있게, 더 많이 쓴다.

실제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기준 60세 이상 BC카드 회원의 비중은 27.5%였다. 지난 2019년 8월 21.5%에서 4년 만에 6%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고객의 결제금액 비중도 15.9%에서 22.9%로 7%P 올랐다. 또 KB국민카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0세 이상 연령층의 전년 대비 카드 결제 증가율은 17%로 20∼49세(11%)보다 6%P 높았다.

액티브 시니어가 지갑을 여는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비롯해 TV홈쇼핑·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을 아우른다.

고령화 속 새로운 ‘소비 주체’, 잘파·MZ도 제쳤다 [유통가, 액티브 시니어 시대]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60대 이상 고객의 지난해 매출액은 2020년 대비 61.4%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신장률보다 약 10%P 높은 수준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고령층 고객은 대체로 시니어에 국한된 제품보다 세대를 초월하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제품을 과감하게 선택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45%로 늘었다. 이마트에서 60대 이상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식품류는 유가공품이었다. 비식품군 중에서는 화장품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부문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60~70대의 매출 비중은 4.5%로, 2021년(3.1%)보다 1.4%P 커졌다.

홈쇼핑 업계도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상품을 선보이며, 액티브 시니어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뷰티를 중심으로 고령층 상품을 늘린 롯데홈쇼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에서 50대 이상 고객의 주문금액 비중은 70%를 웃돌았다. 이들의 지난해 4분기 주문 건수는 전 분기보다 20% 증가했다. 특히 평균 주문금액은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현대홈쇼핑도 작년 4분기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관절 관련 건강식품 상품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늘었다. 그중에서도 염색 상품군 매출이 다른 뷰티 상품보다 약 2배 높았다. 현대홈쇼핑은 시니어 건강관리 수요 증가에 따른 건강식품 편성을 월 2~3회 유지하고 있다. 3월부터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패션 카테고리 편성을 최대 2배 늘릴 계획이다.

CJ온스타일에서도 지난해 50대 이상 고객 중 VIP 멤버십 비중이 전년보다 1.3%P 늘었다. 같은 기간 VVIP 비중도 1.5%P 증가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공략법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 만큼, 관련 상품과 전략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 제조사와 패션 업계도 마찬가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950년부터 1970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가 한국에서 제일 많고,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데다 60살이 넘어도 건강해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며 “저성장 국면에 MZ세대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액티브 시니어는 앞으로 더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소비층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속 새로운 ‘소비 주체’, 잘파·MZ도 제쳤다 [유통가, 액티브 시니어 시대]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에서 오므론 혈압계를 판매하는 모습. TV 시청률 하락 속에서도 액티브 시니어의 구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홈쇼핑 업계도 이에 대응해 관련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추세다. [롯데홈쇼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