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녀들 부정채용 조직적 이뤄져
기강해이 도넘어…모든 회차에서 규정위반
감사원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간부까지 청탁 빈번”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직원 자녀들을 부정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다.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인사·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해온 행태가 관행적으로 반복돼왔다. 자녀 채용 청탁에는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구분이 없었다.
▶선관위, 부정채용 만연…경채 전과정 규정위반 적발 = 감사원은 30일 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형법상 직권남용,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증거인멸과 청탁금지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요청 대상에 올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선관위 고위직 자녀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뒤, 선관위 친인척 채용을 포함해 조직·인사 운영 전반을 점검했다. 특히 2013년 이후 실시된 경력경쟁채용(경채) 167회 과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반 건수가 800여 건에 이르는 사실도 확인됐다.
우선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채용을 청탁(일부는 선거담당자를 동원해 지자체장의 전출동의를 압박)하는 행위가 빈번한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채용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 선거철 경력경쟁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 결과 선관위 직원들은 채용 담당자에 연락해 자녀 채용을 청탁했고, 선거 담당자가 선거법 관련 지도·감독 대상인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직접 직원 자녀의 전출 동의를 청탁·압박한 사례도 드러났다.
아울러 국회 등에 허위 답변·자료제출로 대응하거나, 자체점검을 증거인멸의 기회로 활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신속한 수사 착수 필요성이 높다는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170일 이상 무단 해외여행도, 근태 구멍 숭숭 = 감사원은 채용 외의 조직·인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운영 ▷편법적 조직운영 ▷유명무실한 내부통제 운영 등의 실태를 확인했다.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신속히 최종 감사결과를 확정·조치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선관위 간부가 장기간 무단결근해 해외여행하고, 직원이 근무시간 중 로스쿨을 다녀도 ‘선관위는 근태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당연시하는 행태도 나타났다. 심지어 시 선관위 사무국장이 셀프결재를 이용, 같은 진단서를 반복 사용하거나 허위병가를 스스로 결재하는 등 70여 차례, 약 170일 이상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밖에도 외부통제 없이 스스로 조직·정원을 운영하면서 4·5급 직위에 3급을 배치하는 등 고위직인 3급 현원의 40% 이상을 과다 운용하기도 했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선관위법상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등 1급 19명을 두고, 법정임기가 6년 등으로 되어 있는데도 선관위는 내부직원만 임명하면서 하위규칙으로 임기를 축소해 운영했다. 고위직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조직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선관위는 법령에서 하도록 정한 정원감사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인사감사도 그간 중앙선관위 인사부서가 실시하면서 사후조치도 되지 않아, 위법·부당한 인사행태가 장기간 방치돼 관행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