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탈표 2~4명 그쳐…내부서 “선방했다”
野이탈 가능성에 ‘이재명 일극체제 반감’ 주시
확대해석 경계하는 野 “22대 국회서 재발의”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오히려 야권에서 이탈표가 생긴 걸로 보이더라. 우리는 선방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8일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해병 특검법)’ 재표결 결과를 지켜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평가다. 앞서 총 5명(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의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 입장을 보였고, 이탈표가 두 자릿 수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변은 없었다. 오히려 야권 이탈표로 시선이 쏠리자 최다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은 “핵심은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부결된 것”이라며 재추진 입장을 내놨다.
채해병 특검법 재표결 결과가 나온 28일 오후 본회의가 정회된 사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의원총회 비공개 회의장에서는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재표결 결과는 민주당 출신인 이수진(서울 동작을) 무소속 의원과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불참한 재적 294명 중 가(찬성) 179표, 부(반대) 111표, 무효 4표였다. 본회의에 참석한 범여권 의원이 국민의힘 113명과 여권 성향인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을 합해 115명인 점을 감안하면 여권 이탈 규모는 공개 찬성 입장을 밝혔던 5명보다 적은 2~4명에 그친 셈이다.
한 원내지도부 인사는 “저쪽(민주당)에서 반란표가 나왔을 수 있다”며 “양심 또는 공천 결과에 반감을 갖고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는 방어에 성공한 것이고, 민주당에서 (이탈할 것이라) 주장했던 게 허언이 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TF 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앞서 “(여당 의원) 여덟 분과 전화 통화 또는 면담을 다 했다”며 “최대 9표까지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당 내에서는 막판 민주당의 공세가 국민의힘 지도부의 설득과 맞물린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법안이 통과됐다면 사법체계 근간을 흔들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너무 과도한 입법 드라이브를 건 게 오히려 반감을 불렀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채해병 특검법이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수사권을 경찰에 넘긴 해병대 수사단의 월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강조한 바 있다. 한 중진 의원도 “법리적 설득이 표 방어에 유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회의 표결 전 ‘당론 부결’ 입장을 정한 원내지도부는 앞서 소속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을 독려하고, 이탈 방지를 당부하는 등 표 단속 총력전을 펼쳐왔다.
여권에서는 이번 표결 결과를 민주당 내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두 번째 반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달 초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서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성향의 추미애 당선인을 제치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된 데 이어, 야당 이탈표 가능성이 나온 배경에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은 “핵심은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부결된 것(박주민 의원)”, “야권도 민주당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정성호 의원)” 등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30일)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곧바로 채해병 특검법 내용을 보완해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21대 국회 마지막 고비를 넘기자마자 22대 국회 방어에 들어가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석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과 탄핵·개헌저지선보다 단 8석 많은 108석이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에서 다시 (의결) 할 때는 더 여당을 잘 설득하도록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압박이 세질수록 단일대오로 뭉칠 수 있다”면서도 “만일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일정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일정 시기 이후 대오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채해병 특검법 부결 직후 그간 찬성 입장을 밝혀 온 김웅 의원이 “당론까지 정해서 과연 무엇을 지켰는가”라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며칠간 보였던 우리 당의 그 정성과 그 간절함, 권력의 심기를 지키는 데가 아니라 어린 목숨 지키는 데 쓰시라”며 “나를 징계하시라. 나는 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