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 토론 이어 오늘 오전 토론에서도 날선 공방

나경원 “법무부장관 때, 이재명 구속 실패 책임”

원희룡 “댓글팀 사실이면, 한동훈 실형”

한동훈 “상황 바꾸기 위해 제3자 특검법 필요”

윤상현 “폭력사태까지 방생하는 상황 안타깝다”

‘더 격해진’ 與 당권 경쟁…元·羅 “여론조작·당무개입”-韓 “말장난, 몰상식” [이런정치]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3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신현주 기자]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 사이의 공방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17일 CBS라디오에서 열린 ‘4차 당대표 후보 토론’에서 여론조작 의혹과 당무개입 논란 등에 초점을 맞춰 한동훈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 과정에서 한 후보는 두 후보를 향해 감정섞인 반응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다만 윤상현 후보는 ‘배신자 프레임’ 등 당권 경쟁이 감정적으로 치닫는 상황을 경계하며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한 후보를 향한 포문은 원 후보가 열었다. 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여론조작팀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원 후보는 “댓글팀 운영이 사실이라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처럼 2년 실형을 받을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원 후보 주장에 대해 당심이 판단할 것”이라며 받아쳤다.

이어 원 후보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 후보가 당의 방침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한 후보는 “당내 선거에서 마타도어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총선 참패 책임도 언급하며 “본인 잘못을 인정해야 할 사태가 왔을 때 인정 못하는 문제가 있다. 지도자가 얌체여서는 안 된다”며 날을 세웠고, 한 후보는 “미래를 봐야 할 전당대회를 혼탁하게 몰고 가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나 후보 역시 한 후보를 겨냥한 공세에 힘을 쏟았다. 나 후보는 그간 주장해온 ‘원내 당대표론’을 강조하며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한 후보의 ‘원내 경쟁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나 후보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당대표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수 있다”며 “국회의원이 아니면 (당대표도)교섭단체 연설을 못하는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회가 전쟁터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같이 싸울 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와 한 후보는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과 관련해서 감정적인 공방도 주고받았다. 나 후보는 “이관섭 전 대통령비시설장이 (총선 당시)사퇴하라고 했다는 것을 당무개입이라고 하면 형사기소 대상이 맞느냐”고 묻자, 한 후보는 “말장난을 한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가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무개입 등과 관련해 기소한 것으로 알려진 사례에 빗대 한 후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에 나 후보는 “말장난이라고 말하는 것은 토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고, 한 후보는 “너무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나 후보는 한 후보의 법무부장관 시절을 겨냥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사실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나 후보는 “법무부장관으로 있을 때 이재명 전 대표의 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나”라고 물었고, 한 후보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법무부장관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몰상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후보는 본인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활용해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제3자 특검법’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한 후보는 “현재 공수처 수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 임명된 검사가 주도하고 있다”며 “공수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한다는 말은 나중에 족쇄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바꾸고 우리 입장에서 돌파할 수 있도록 제3자 특검법을 미리 제안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후보들 사이의 공방이 격해지는 상황을 중재하는데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윤 후보는 폭력 사태로까지 번지는 ‘배신자 프레임’을 경계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는 “우리 전대가 배신자 논란으로 폭력사태까지 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기 자존심을 낮추고 일단 먼저 읍소하고 찾아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배신자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