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합병으로 가치 정상화 기대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과도 합병 추진
3사 합병 6000억원 현금흐름 추가효과
기초체력 키우고 글로벌 공장 가동 속도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SK그룹이 사업 리밸린싱(구조조정) 작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배터리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SK온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 전반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위기에 빠진 SK온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핵심 방안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가 개선돼 SK온에 대한 추가 지원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지분의 89.52%를 보유, SK온의 배터리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하지만 SK온은 설립 후 10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SK이노베이션 재무 상황에 좀처럼 기여하지 못했다.
지난해 5818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 위기가 겹치면서 올해 1분기에만 331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수년간 집행해 온 막대한 시설 투자금에 더해 캐즘 여파로 예상보다 전기차 시장이 더디게 성장한 탓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악화되는 재무 상황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내 SK온의 가치는 사실상 ‘0’ 수준이었다”며 “이번 합병으로 SK온의 가치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막대한 시설투자 부담도 향후 빠르게 완화할 전망이다. SK온은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을 시설투자에 각각 집행했다. 올해는 7조5000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으며, 향후 남아있는 투자 소요 규모는 11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남은 11조원의 경우 향후 수년에 걸쳐 집행될 예정인 만큼, 내년부터 실제로 매년 부담할 투자규모는 2조원에서 3조원 수준”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사실상 투자비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별개로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흡수 합병안을 의결했다. SK온이 존속회사로,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달 27일 열린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합병 기일은 오는 11월 1일, SK온과 SK엔텀의 합병 기일은 내년 2월1일로 각각 예정됐다. 3사 합병 역시 SK온의 원활한 현금흐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영업이익 5746억원을 기록했으며, 탱크터미널 사업을 벌이는 SK엔텀도 지난해 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E&S를 흡수합병해 현금흐름을 개선하듯, SK온 역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흡수합병해 자체 현금흐름을 개선할 전망”이라며 “SK온에 6000억~7000억원 수준의 현금 흐름이 추가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SK온은 연내 분기 흑자 전환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앞서 이달 초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흑자전환 달성 시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는 내용 등을 담은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내년부터 세계 곳곳의 주요 공장들이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점도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SK온은 내년 한국 서산3 공장(14GWh 규모)을 비롯해 포드와의 합작공장인 미국 켄터키주 1공장 및 테네시주 공장(127GWh), 현대차그룹과 합작한 조지아주 공장(35GWh)을 일제히 가동한다.
예정대로 공장 가동이 현실화할 경우 오는 2025년 SK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 199GWh 이상까지 확대된다. 지난해 말(88GWh)과 비교해 2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