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 계기로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성
AI·반도체 과도 우려…엔비디아 실적발표 분수령
역대 코스피 日 -3% 이상 조정기 분석
상대적 덜 빠진 종목이 수익률↑
주도주 전환 전망도…제약·바이오·산업재 거론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연거푸 급락하면서 종목별 펀더멘털(기초여건)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다. 올해 전세계 증시를 견인한 인공지능(AI)·반도체 종목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겪자 버블(거품) 우려가 재점화되면서다.
이달 말 엔비디아 실적발표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종목 비중 조정을 권고한다. 역대 코스피가 3% 이상 조정을 받았던 전례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낮은 업종이 지수 회복 시 두드러진 상승률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차기 주도주 후보군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재 종목을 든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국내 증시가 폭락한 지난 2·5일 동안 18.48% 감소했다. KRX가 분류하는 28개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삼성전자(-14.08%), SK하이닉스(-19.24%), 한미반도체(-19.49%)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이 최대 20% 가까이 떨어지면서다.
AI·반도체 종목의 단기 가늠자가 될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이달 28일 예정됐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주가와 엔비디아 간 동조화가 강해지면서 단기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엔비디아 최신 제품인 ‘블랙웰’에서 설계 결함이라는 악재를 이겨낼 만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여부가 관건이다. 다만 직전 1분기 실적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시장의 눈높이가 올라간 만큼 실적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장을 계기로 포트폴리오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9월 미국 금리인하 여부 및 하락폭이 결정되기 전까지 ‘이슈 공백’에 따른 변동성이 예상되면서다. 올 들어 주가 상승폭이 컸던 AI·반도체 종목 비중 조정을 권고한다. 역대 코스피가 3% 이상 하락했던 사례에 기반해 상대적 하락폭이 낮았던 종목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퀀티와이즈·하나증권에 따르면 역대 코스피가 하루 3%이상 하락 마감했던 26거래일 기준 코스피 지수 대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지수 대비 우위 업종은 1개월 뒤 평균 3.2% 증가했다. 코스피 평균 수익률(1.2%)보다 수익률이 2%포인트 높았다. 코스피보다 상승률이 낮은 업종은 0.6% 상승에 그쳤다. 3개월 뒤에는 코스피 대비 우위 업종(7.6%), 코스피(5.2%), 코스피 대비 열위 업종(5.9%) 등 수익률을 보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 이상 하락 당시 코스피 대비 수익률 우위 업종의 1~3개월까지 코스피 대비 또는 코스피 대비 수익률 열위 업종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2일 코스피 급락과 7월11일 코스피 고점 형성 이후 하락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잘 버틴 업종들이 오히려 차기 주도주가 될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주를 차기 주도주로 전망했다.
제약·바이오는 금리인하 시 대표적 수혜 업종이다. 향후 우호적 정책 전망도 기대감을 키운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한 미국 생물보안법의 하반기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바이오시밀러 비중이 높은 국내·헬스케어 업종 수혜가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보유한 위탁개발생산(CDMO)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산업재 가운데 대표적으로 조선주가 거론된다. 조선주는 2021년 이전 불황기에 저가 수주한 물량을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선박 매출이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세가 가파르다. 각 조선사는 이미 3년치 일감을 수주한데다 신규 고용이 이어지면서 생산도 안정화되고 있다. ‘피크아웃’ 우려를 덜고 ‘수퍼사이클’(장기 호황기) 진입 평가가 나온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당분간은 실적에 대한 기대치 내지는 실적에 대한 확증이 있는 산업들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추천한다”며 “산업재 쪽에서는 조선주가 대장이 될 거라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