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수조원대 선박 발주 계획 밝혀
주춤했던 신조선 발주, 다시 확대 움직임
신조선가도 조만간 사상 최고치 넘을 듯
“수주잔고 충분, 질 좋은 일감 확보 주력”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가운데 글로벌 주요 선주사가 줄줄이 수조원대 추가 발주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 확대가 기대된다. 대부분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할 계획인데 신규 건조 선박 가격까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 수주 성공 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 7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8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총 50~60척의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30만TEU는 자체 선박을 통해 채울 예정이어서 20척 안팎의 신규 발주가 뒤따를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머스크는 노후 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수요인 만큼 메탄올과 액화천연가스(LNG)의 이중 연료 추진 시스템을 갖추도록 주문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해운업체인 독일 하파크로이트와 카타르의 국영석유회사 카타르에너지도 7조원 규모의 선박 발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파크로이트는 최근 한국과 중국 조선소를 대상으로 총 30척의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에 대한 발주 문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주 규모는 약 54억달러(7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에너지는 약 50억달러(6조8800억원), 최대 20척의 LNG 운반선 추가 주문을 고려하고 있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를 한국과 중국 조선사에 나눠 발주할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조선업 경기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양적 확장보다는 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이러한 선주사의 발주 확대 움직임은 의미가 있다.
실제 지난달 신조선 발주 흐름을 보면 지난해 7월보다 46.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누적으로 보면 발주량이 다소 늘었으나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2차 물량을 제외하면 유사한 수준이다.
한동안 주춤했지만 해운업체는 친환경선 위주로 선대를 교체하기 위해, 가스업체는 글로벌 LNG 수요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각각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고 업계는 풀이했다. 무엇보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어 조선사로서는 공백없이 질 좋은 일감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이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호재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87.98로 지난해 같은 시기(172.37)보다 9.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월부터 44개월간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았다. 이달 2일에도 188.21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191.51) 대비 98.3%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누적 수주잔량은 지난달 기준 389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쌓아둔 상태다. 특히 과거에 저가 수주한 물량을 대부분 소화하면서 수주잔고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채워져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나란히 흑자를 낸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실적 개선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조선 3사는 수주잔고를 넉넉한 만큼 선별 수주 전략을 바탕으로 질 좋은 일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연간 수주 목표(135억달러)의 122.6%를 이미 달성했고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목표 97억달러의 51%를 채웠다. 한화오션의 경우 연간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주실적(35억2000만달러)을 넘어섰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정상화를 넘어 대세상승기에 진입했다”며 “친환경 컨테이너선 시장의 온기, 암모니아 운반선 시장의 개화, LNG운반선 및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시장 기대감 등으로 조선사 주도의 성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