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천예선 기자]중국 베이징 시내 대표적 번화가 차오양(朝陽)구의 거대 복합 쇼핑몰 차오베이다웨청(朝北大悅城) 조이시티점. 지난달 27일 퇴근시간, 이 쇼핑몰 지하에 위치한 대형마트 이온(AEON永旺)의 주류 코너 한국술 매장 앞에 중국 소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아들을 태운 카트에 초록색 참이슬을 담은 지미 핑 씨는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 문화를 좋아해 한국 술에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 음식 중 바베큐를 좋아하는데 한국 요리를 먹을 때는 꼭 진로를 마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술을 마시고 싶어서 샀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편과 함께 쇼핑을 나온 천치엔 씨는 “중국 백주는 손님과 만날 때 마시지만 평소에는 진로 소주를 즐겨 마신다”며 “백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독하지 않고 목넘김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한국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대표ㆍ김인규)가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독주(毒酒ㆍ53~60도 이상)’ 중심의 중국 음주 문화 틈새를 저도주(35~38도)로 파고들어 2017년까지 중화권 수출 2500만달러(277억2500만원)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가 ‘부패척결ㆍ사치근절’ 일환으로 단행 중인 ‘정풍(整風)’의 영향으로 마오타이(茅台ㆍ500ml 199위안) 등 고가의 백주(白酒) 소비가 감소하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 중국을 일본에 이은 제2 해외시장 교두보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저도주로 ‘독주장성’ 넘는다=하이트진로는 중국 현지에 불고 있는 한류와 웰빙 열풍에 맞춰 ‘명품진로’와 ‘프리미엄 맥주’로 중국 시장에 정면 승부수를 띄웠다.
중국 진출 국내 주류기업 중 현지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중국의 백주와 맞설 저도주 ‘명품진로(450mlㆍ110위안)’를 내놨다.
30도 증류주인 ‘명품진로’는 무색ㆍ무미ㆍ무취인 중국 백주와 달리 쌀을 주원료 만들어 깔끔하고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10년간 목통에 숙성한 원액을 강점으로 지난 5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2013 상하이주류품평회’에서 중국 술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했다.
하이트진로의 이충수 중국 법인장은 “중국은 주류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며 “중국시장에는 명품진로와 같은 30도 소주가 존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진출이 유리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 회사의 베이징 대리점 조커동 사장은 “2009년 이후 매년 한국술의 매출이 40~60%씩 성장하고 있다”며 “명품진로의 경우 목넘김이 좋고 포장도 세련돼 소비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주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세계 최대 맥주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은 전세계 맥주 회사들의 13억 중국인을 사로잡기 위한 각축장이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판매도 젊은층의 저도주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81만달러(약 9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30만달러(14억5000만원)로 59% 대폭 성장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250만달러(27억7000만원)로 높여잡았다.
하이트진로는 아로마 호프를 사용한 ‘골드 프라임’ 등 신제품을 내놓는 한편, 중국내 소비 맥주가 대부분 중국산인 것과 달리 한국의 맥주는 한국 완제품이라는 ‘수입산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워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주류 전자상거래 발판=하이트진로는 현지 공략을 위해 중국 최대 주류 전자상거래업체인 ‘주셴(酒仙)전자상무유한공사’와 손을 잡았다.
이충수 법인장은 “중국에서는 주류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판매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며 “주셴망(酒仙網)의 B2C(기업-소비자 거래)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해 이를 통한 판매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류스타와 한국음식 문화을 연계한 마케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중국 시장 수출 실적이 624만달러(69억2000만원)로 전년대비 20.9% 증가해 5년째 두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418만달러(46억3500만원)을 달성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2% 신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세에도 하이트진로의 중국 주류시장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다고 해도 시장점유율은 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중국 시장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충수 법인장은 “브랜드 빌딩(brand building)을 통한 제품 다양화와 유통망 혁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한 사업 다각화로 2017년에는 2008년보다 10배 성장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중국 시장을 5대 상권으로 세분화해 종국에는 점유율 3%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